델라웨어주법상 주식매수청구권과 공정한 가격

오늘은 델라웨어주법상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담은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William W. Bratton, Fair Value as Process: A Retrospective Reconsideration of Delaware Appraisal(2022). Bratton교수의 글은 지난 달을 포함해서(10.25.자) 수차 소개한 바 있고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문헌도 수차 다룬 바 있다(2021.6.23.자; 2021.11.1.자 등).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주식매수청구에서의 공정한 가격(fair value)에 관한 무수한 논문 중에서 아마도 커버하는 범위의 면에서 가장 포괄적인 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정한 가격에 관한 델라웨어주법원의 판례가 혼란스럽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예컨대 2021.6.23.자). 저자의 견해는 이러한 판례의 혼란성을 설명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즉 저자는 델라웨어주법원에서 공정한 가격은 이론상 특정한 산정방법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사안에 관련된 다양한 사실들을 반영하는 독특한 절차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델라웨어주법원은 공정한 가격의 산정방법에 관해서 폭넓은 재량을 부여받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이한 산정방법을 채택해왔지만 대체로 주주들을 공정하게 대우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이 이론적인 고찰이라면 II, III, IV장은 역사적 고찰이고 V장은 델라웨어법원의 현재 태도에 대한 저자 나름의 평가를 담고 있다. I장에서는 법원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다음 3가지 이론적인 테마를 검토한다. ①공정한 가격의 산정은 한편으로는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가치평가방법이란 차원과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주주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차원이라는 상호대립적인 측면을 지닌다는 점. ②가치평가의 다양한 방법. ③계속기업가치와 제3자매각가치(third party sale value)(“매각가치”)사이의 선택 및 주주지위에 따른 할인의 문제.

II장에서는 1983년 Weinberger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초기 판례의 태도를 살펴본다. 1934년의 Munds판결을 비롯한 3대판결을 통해서 매각가치 대신 계속기업가치와 합병전 시점을 공정한 가격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이 수립되었다. 이 시기에는 이른바 “Delaware Block”방식이 정착되었는데 그에 의하면 공정한 가격은 수익가치, 자산가치, 시장가치, 배당가치 등 서너 가지의 블록으로 구성된다. 그 방식은 장단점이 있었지만 특히 저평가의 문제가 심각해서 주식매수청구권의 의미가 크게 상실되었음을 지적한다. III장에서는 Delaware Block방식을 강요하는 대신 DCF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가치평가방법을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 Weinberger판결과 그 이후 2007년까지의 전개를 고찰한다. 특히 DCF방식 대신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삼은 2004년의 Union Illinois판결을 소개한다. 한편 저자는 Delaware Block방식과는 달리 DCF방식에 따른 가격이 합병가액보다 훨씬 높게 결정되는 경우가 증가했음을 지적한다.

IV장에서는 2007년 이후의 변화로 이른바 appraisal arbitrage란 현상이 출현하였다가 소멸한 과정을 살펴본다. appraisal arbitrage는 헤지펀드 같은 전문투자자가 매수청구를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사례를 가리킨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한편으로는 DCF가격의 고평가경향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합병공시 후에 매수한 주주에게도 매수청구를 허용한 2007년 Transkaryotic판결이다. 2007년 이후 appraisal arbitrage에 의한 매수청구사례는 급증하였으나 법원이 합병가액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함에 따라 그 사례는 급속히 감소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DFC, Dell, Aruba라는 3대 판례(2021.6.23.자)를 살펴본다.

이러한 델라웨어법 판례의 역사적 전개는 이미 많이 다뤄진 바 있으므로 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저자의 평가가 담긴 V장이다. 저자의 평가는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합병가액은 계속기업가치의 일부로 수용되었지만 실제로는 매각가치에 접근한다. 저자는 이론상으로는 계속기업가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매각가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가격이 Delaware Block시대로 회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②Weinberger판결 이후 델라웨어법원은 공정한 가격을 결정할 때 이론적인 공식에 의존하기 보다는 관련사실을 수집, 검토한 후 다양한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③저자는 행사건수를 통제한다는 고려 외에 판례의 변화를 설명하는 다른 요인이 존재하는지를 검토한다. 그 결과 예측가능성의 제고나 주주보호의 완화는 그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④저자는 이러한 판례의 변천이 재무경제학(financial economics)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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