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회사의 재건과 이사의 의무

10여 년 전에 “도산에 임박한 회사와 이사의 의무”란 글을 발표한 일이 있다(상사법연구 30권3호(2011.11) 273-304면). 오늘은 그 문제와 관련하여 2021년 선고된 일본의 하급심판결을 소개한다. 東京高裁 2021년11월18일 판결 令和3년(ネ)제977호. 소개는 주리스트에 실린 야나가교수의 글(1571호 2면)과 법학교실에 실린 이토교수의 글(506호 147면)에 의존하였다.

[사실관계]

A사는 창업자인 P가 설립한 대기업으로 1982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P의 동생 Q의 과잉투자로 인하여 부채가 누적되었다. P와 Q의 조카로 Q의 사망 후인 200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피고 Y1의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A사는 2004년 무렵에는 도산위기를 맞게 되었다. Y는 A사의 재건을 위해서 C와 교섭한 결과 C는 2004년 10월 A사에 대한 기존채권을 C가 인수하고, A사가 100% 무상감자를 행한 후에 Y가 35%, C가 65%를 인수하도록 증자를 실시하자는 재건안을 제시하였고 양자는 동년 11월 그러한 합의를 체결하였다. 동년 10월 Y는 Q의 상속인이자 A사의 주주인 X(실제로는 복수)에게 무상감자의 필요성을 전하고 동년 12월 X와 Y, 그리고 A사 사이에 X가 무상감자에 동의하는 대신 X에 대해서 Q의 경영책임을 추급하는 청구가 행해진 경우에는 A사와 Y의 부담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합의에 기초하여 2005년2월 임시주총에서 주주전원의 찬성으로 주식전부의 무상소각을 결정하고 1주 1만엔에 1만주를 발행하여 C에 65%, Y에 35%를 각각 배정하였다. 그 후 2014년 2월 Y는 C의 보유주식 1400억엔에 양수하여 A사의 100%주식을 확보하였다. X는 Y가 무상감자가 아니라 기존주주의 주식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는 이유로 X의 주식상실에 대해서 상법상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원심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X가 이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인 동경고등재판소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2004년 당시의 A사는 . . . 도산의 현실적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 . . 회사에 대해서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Y로서는 회사의 도산을 회피해야하고 그 재건을 최우선사항으로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이, 그렇게 할 것이 요청된다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요청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회사의 도산에 의하여 주주가 갖는 주식의 가치가 소멸하는 이상 주주의 이익최대화의 요청은 회사재건의 요청에 필연적으로 열후되지 않을 수 없다).”

“자주재건(自主再建) 후의 A사에 대한 재출자가 [Y]에게만 인정된 . . . 것은 . . . Q의 방만경영 후의 A사의 개선을 위해 진력하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던 Y의 경영수완을 높이 평가하여 A사의 자주재건을 중심적으로 담당할 인재로서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 것에 대해서 X는 A사의 자주재건에 공헌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아니고 오히려 Q의 경영책임을 故人으로서의 책임에 머물게 하고 그 공동상속인인 X에게까지 손해배상책임이나 보증책임을 추급하지 않는 대신에 기존주주로서의 주주책임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기 . . . 때문에 Y에 자주재건 후의 A사에 대한 재출자가 인정된 것은 X가 그 보유주식을 100% 무상감자했다는 것에 따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본건 무상감자와 본건증자는 단순히 별개의 절차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자는 그 국면을 크게 달리하는 것으로 Y에게 자주재건 후의 A사에 대해서 재출자를 인정하고 그 대표이사의 지위에 머무르게 한 것과 X가 그 보유주식을 100% 무상감자한 것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이익상반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 . . 따라서 A의 대표이사였던 Y는 도산의 현실적위험성이 있었던 A사를 자주재건할 것을 우선해야 했고 그에 반해서까지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배려하고 행동할 의무는 없으며 또한 X와의 사이에 실질적인 이익상반관계는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전제로 하는 정보개시나 행동을 취할 의무는 없었다.”

[사견]

일본 상법상으로도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지만 주주이익의 최대화를 도모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MBO의 사안에서 일본판례는 “이사는 위임자인 회사에 대해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바, 회사의 영리기업인 성격에 따라 이런 의무는 주주의 이익최대화를 도모할 의무로 풀이되고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판시함으로써(大阪高裁 2015년10월29일 판결 판례시보 2285호 117면) 간접적으로 주주이익 최대화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소개하는 판결은 도산의 현실적 위험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자주재건하는 것이 우선이고 주주이익을 최대화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사안에서는 Y가 재출자가 인정되었고 나아가 100% 주주까지 되었음에 반하여 원래 주주인 X는 재건후의 회사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양자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런 Y와 X사이에 이익충돌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고 야나가교수도 그에 동조하고 있는데 이토교수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법원은 특히 X가 Q의 책임으로부터 절연된 이익을 얻었음을 중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이익충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X로서는 무상감자의 승인을 구하는 Y가 나중에 A사에 재출자하고 대표이사로 유임된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고 그런 사정은 X가 무상감자를 대가로 면책을 받는 이익을 얻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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