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독립성

이른바 감독형 이사회모델에서는 이사들의 독립성이 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해서 과반수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외이사가 실제로 독립성을 결하여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오늘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고찰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Yaron Nili, Board Gatekeepers, 72 Emory Law Journal 91 (2022)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예컨대 2021.4.21.자) 현재 위스컨신 로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의 회사법학자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이사회 문지기”는 이사회의장을 맡는 독립이사나 선임독립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를 말한다. 미국의 상장회사에서는 감독형 이사회 모델을 실현하기 위하여 이사회 대부분을 독립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들이 경영진과의 역학관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장 독립이사나 선임독립이사를 채택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이사회 문지기를 선임한다고 해도 이들 문지기의 독립성과 권한이 확보되지 않으면 감독기능이 제대로 실현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현행 이사회의 구조와 독립성을 설명한 후 이사회에 문지기가 등장하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II장에서는 이사회 문지기의 독립성에 관한 현황을 저자가 직접 수집한 900사의 공개회사의 데이터를 토대로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저자는 이사회 문지기가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권한도 충분치 않음을 밝힌다.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요인으로는 오랜 연임, 인센티브의 불일치, 과거의 관계 등을 든다. 저자는 또한 실제 이사들과 법무실장들을 면담한 결과 문지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과 특별히 선임사외이사의 권한은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III장에서는 이사회 문지기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①먼저 독립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서 회사로 하여금 그것을 명시하도록 하고 문지기에 대해서는 일반 독립이사의 경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②독립성 기준의 개요와 비슷한 기업들과의 비교는 투자자와 주주들에게도 적절히 공개하도록 한다. ③강화된 독립성기준이 적용되고 공개된 경우 그런 문지기가 관여한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이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할 때 절차의 공정성을 보다 쉽게 추정해줄 필요가 있다. ④문지기들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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