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법과 연방대법원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경지에 들어섰다. 특히 몇몇 분야에서는 미국법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증권규제분야이다. 오늘날 전세계 중권법의 모국은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증권규제의 現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미국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20여 년 전에 “미국증권법”(1996)이란 소책자를 출간한 것은 바로 그런 필요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몇 년 후 그 책을 송옥렬 교수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증권규제”(2001)란 본격적인 해설서로 발전시켰다. 미국법연구의 필요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 후의 변화는 반영하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의 증권규제는 미국의 특수한 법적환경과 어우러져 복잡한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 오늘은 연방대법원이란 중요한 플레이어의 역할의 분석을 통해서 미국 증권법의 전모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A.C. Pritchard & Robert B. Thompson, The Future of Securities Law in the Supreme Court, 2021 Colum. Bus. L. Rev. 881 (2021).(어찌된 영문인지 이 글은 ssrn에는 올라가 있지 않다) 두 저자는 모두 이 블로그에서 수차 소개한 바 있는 저명한 증권법 전문가이다.

이 논문은 증권법의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의 역할을 검토한다. 연방대법원의 관심이 증권법과는 거리가 멀고 또 그나마 그 관심이 과거보다 엷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저자들의 서술은 여러 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논문은 크게 역사적 발전을 다룬 II장과 미래의 전망에 관한 III장의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은 저자들이 이미 (대부분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는 논문들에 기초한 것으로 그 논문들은 “The History of Securities Law in the Supreme Court”란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증권법을 법원의 접근방식의 변화에 따라 4개의 시대로 나누어 설명한다. ①첫 번째 시대는 증권법이 제정된 1930년대이다. 당시 Roosevelt대통령이 증권법을 비롯한 뉴딜개혁입법을 뒷받침한 법률가들과 전직 SEC위원장인 Douglas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에 따라 대법원은 과거의 보수적인 태도를 버리고 증권규제를 비롯한 경제규제와 SEC의 활동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 ②두 번째 시대는 1960년대로 대법원은 단순히 SEC의 결정을 존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를 뒷받침했다. 그 예로 저자들은 내부자거래에 대한 판례와 사기에 대한 사적소권을 인정한 판례를 든다. ③세 번째 시대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대법원이 태도를 바꾸어 증권법의 적용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판례를 내놓았다. 이런 대법원의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바로 Powell대법관이다. ④그러나 1987년 그가 퇴임한 후에는 대법원의 태도는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향성이 없거나 무관심한 쪽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미래의 전망에 관한 III장은 두 가지 토픽, 즉 ①II장에서 살펴본 네 가지 상이한 접근방식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②증권분야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변화시킬 여지가 있는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 검토한다. ①에 대해서 저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②와 관련해서는 세 가지 이슈에 주목한다. 첫째,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으로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直상장, SPAC, 사모시장의 발달, 암호자산 등에 관해서 살펴본다. 둘째, 행정규제에 관한 문제로 법의 공백이 있는 경우 행정위원회인 SEC의 규범형성권한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변화에 관해서 검토한다. 셋째, 과거 연방회사법의 제정 움직임, Sarbanes-Oxley법, Dodd-Frank법 등과 아울러 회사법 내지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내용을 증권규제에 도입하려는 시도에 관해서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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