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역사와 의미

연말에 모처럼 서울을 방문한 앨버트최/민지영 부부와 점심을 함께 했다. 언제나 온갖 주제로 환담을 나누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려 아쉽기 짝이 없지만 늘 법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는 법은 없다. 이번에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최근 미국의 회사법학자들 모임에서는 모든 논의가 ESG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는 민교수의 이야기였다. 그와 관련하여 현재 Pollman교수의 다음 논문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Elizabeth Pollman, The Making and Meaning of ESG (2022) 오늘은 이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논문의 본론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ESG란 개념이 어떻게 등장하여 전파되었는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II장에서는 ESG가 실제 다양한 국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III장에서는 ESG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몇 가지 개선안에 대해서 검토한다. I장의 내용은 국내문헌(예컨대 정준혁, ESG와 회사법의 과제, 상사법연구 제40권 제2호 (2021) 13면)에서도 잘 정리되어 있으니 이곳에서는 II와 III의 내용만을 간단히 소개한다.

II장에서는 ESG가 적용되고 있는 네 가지 국면을 검토한다. ①투자분석에서 하나의 요소로 고려되는 경우, ②리스크관리의 수단으로 고려되는 경우, ③CSR이나 지속가능성의 동의어로 고려되는 경우, ④이념적인 성향으로서 고려되는 경우. ①은 ESG가 주주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전제에 입각한다. ④는 ESG를 현대의 투자자, 소비자, 근로자의 마음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로 정치성을 띤다는 점에서 찬반이 갈린다.

III장에 의하면 ESG는 상이한 문맥에서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고 다양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을 포섭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하다는 특징을 갖는 “big tent”와 같은 개념이다. 이러한 ESG개념의 특징은 여러 문제점을 초래한다. 예컨대 ESG는 워낙 융통성 있는 개념이다보니 그것과 경제적인 성과와의 사이에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ESG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상호모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예로 한편으로는 환경친화적인 동시에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이슈가 빈발하는 테슬라를 든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ESG에 대한 비판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ESG에 대한 비판은 다방면에 걸친다. 그것이 혼란스럽고, 비현실적이며, 그린워싱(greenwashing – 실제로 ESG가 아닌 것을 ESG인 것처럼 속여서 홍보하는 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점과 아울러 다른 해결방안을 가로막고 책임경영을 억제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III장은 끝으로 ESG를 개선하는 몇 가지 방안에 대해서 검토한다. ESG에서 한 글자를 빼거나(지배구조를 표시하는 G) 더하는(예컨대 노동을 표시하는 E) 방안이나 아예 ESG를 해체하거나 폐기하자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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