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자산거래소의 도산

IT기술의 발달이 법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금융법영역에서는 특히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의 대두가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눈길을 끈 대표적 사례로는 테라/루나의 폭락과 암호자산거래소인 FTX의 도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FTX의 도산에 관한 기사나 논평은 많이 있지만 법적 관점에서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글은 드물다. 오늘은 비록 도산법적 시각에 치중하고 있지만 그래도 포괄적이면서도 학제적인 관점에서 법적 논점을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Lev Breydo, Crypto Contagion. FTX, A Sector’s Crisis & The Future of Digital Assets (2023) 저자는 UPenn법대 출신의 젊은 학자이다.

저자는 현재 FTX가 연방파산법 Chapter11의 일반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그것으로는 암호자산 투자자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으므로 금융기관의 도산과 유사하게 특별한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장으로 블록체인, 암호자산, 그리고 암호자산의 생태계를 살펴본다. 그에 따르면 암호자산은 전통적인 투자에서 소외되어 온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자했다고 한다. 암호자산의 생태계에서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FTX와 같은 이른바 암호자산 플랫폼(crypto platform)이다. 저자는 암호자산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금융기관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한 곳의 위험이 바로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적절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다.

II장은 FTX의 사례연구에 해당하는 장으로 그 성장과 몰락과정을 조망하고 그와 관련한 도산법상의 논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FTX를 마치 대학생에 의해서 운영되는 리만브라더스와 비슷하다고 혹평하며 그 도산에서 부각된 도산법상의 논점을 투자자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묘사한다. 그와 관련하여 저자는 고객계좌의 재산을 도산재단의 재산으로 볼 것인지, 여러 나라의 여러 기업에 걸쳐서 존재하는 투자자들을 달리 취급할 것인지, 도산전 거래를 부인하여 재산을 회수하는 문제, FTX의 지배구조문제 등을 논점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런 논점을 다루는데 일반적인 Chapter 11의 회생절차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III장은 FTX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암호자산 플랫폼의 도산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검토한다. 저자는 문제는 암호자산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암호자산 플랫폼이 금융기관에 유사함에도 금융기관과 유사한 감독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개선방안을 논하는 IV장에서 암호자산 플랫폼을 기본적으로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Chapter 11의 절차와는 달리 수탁자를 선임하고 회생이 아니라 고객재산의 반환에 초점을 맞춘 청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위험이 집중되는 암호자산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자산 규제원칙들을 적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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