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의결권의 기초이론

일본 私法学会는 매년 10월초 연례학회를 개최한다. 학회는 민법과 상법부문으로 양분되고 각각 개별발표와 심포지엄으로 구성되는데 참가자들의 보다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심포지엄이다. 상법부문 심포지엄의 발표자료는 전통적으로 8월경 상사법무지에 게재되고 있어 일본학계의 동향 파악에 편리하다. 올해는 “주주에 의한 의사결정의 의미를 묻는다”는 거창한 총괄 주제 밑에 여섯 개의 하부주제에 대한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 중에서는 특히 동경대 가토교수(加藤貴仁)의 논문(株主の議決権の基礎理論, 상사법무 2335호(2023.8.25.) 22면)이 눈길을 끈다. 그 논문은 특별히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관투자자의 활동에 관한 국내외 최신 문헌을 폭넓게 인용하며 주주의 의결권에 관한 기본적인 논점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논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논문의 문제의식을 정리한다. 저자는 과거 회사법은 총회꾼이나 상호보유관계에 있는 이른바 안정주주를 상정하여 마련되었으나 현재는 총회꾼이나 안정주주의 역할이 대폭 감소한 대신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지적한다. 논문의 목적은 기관투자자의 활동이 상장회사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과연 주주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2장에서는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근거를 주주의 잔여청구권자적 지위에서 찾는 법경제학적 견해를 검토한다. 그 논리에 따르면 잔여청구권자로서의 주주는 기업가치의 향상을 추구할 인센티브가 있으므로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한다면 자연히 기업가치의 향상이 초래된다. 3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주식보유비중이 훨씬 높아진 기관투자자의 경우 그 인센티브구조는 개인주주와 다르고 또 기관투자자의 유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기업가치가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먼저 기관투자자가 관리하는 주식의 경우에는 잔여청구권자로서의 지위와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자가 분리되고 이들 사이에는 주주와 경영자사이와 마찬가지로 대리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기관투자자의 행동은 잔여청구권자로서의 지위보다는 그가 추구하는 투자전략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기관투자자가 행동주의 주주인 경우에는 전형적인 잔여청구권자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치의 향상을 추구할 것이지만 기관투자자가 인덱스투자자에 속하는 경우에는 개별기업보다는 포트폴리오기업전체의 가치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기관투자자에 따라서는 그 활동이 기업가치극대화라는 “주주공동의 이익”과 충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끝으로 4장에서는 일본의 상장회사가 안고 있는 과제를 감안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상장회사의 문제점은 PBR이 1에도 미달하는 현상이 시사하는 경영의 비효율이라는 점에 대해서 기관투자자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존재한다. 저자는 주주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영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기관투자자들이 상장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관투자자중에는 그 활동이 기업가치극대화에 부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저자는 그 경우에도 기관투자자가 행동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기관투자자의 활동이 주주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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