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ESG와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편향이 좀 과도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반길 만한 글을 소개한다. Lawrence A. Cunningham, Who Are Quality Shareholders and Why You Should Care, 47 Del. J. Corp. L. 575(2023) 저자는 George Washington 로스쿨의 명예교수인 원로 회사법학자이다. 제목은 자신의 오랜 연구과제인 “quality shareholder”(양질의 주주)를 끼워 넣었지만 전체의 내용은 강압적인 ESG 운동에 대한 회의를 델라웨어주법을 빌어 표현한 것이다. 강연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평이하고, 짧은 것이 장점이다. 청중이 주로 델라웨어주법원 판사들과 변호사들이다보니 전반적으로 델라웨어주법을 띠우는 어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델라웨어주법 숭배자들이 많은 미국 학계의 현실에서는 그다지 유별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저자는 주주를 투자기간(time horizon)과 (보유량으로 표현되는 종목에 대한) 확신(conviction)의 정도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단기의 낮은 확신 투자자는 뜨내기 주주, 단기의 높은 확신 투자자는 행동주의 주주, 장기의 낮은 확신 투자자는 인덱스펀드 주주, 장기의 높은 확신 투자자는 양질의 주주(quality shareholder)이다. 양질의 주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워렌 버핏이다. 저자는 회사로서는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추구하는 양질의 주주의 기대에 맞추어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질의 주주가 뒷받침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투자대상인 회사의 특성에 따라 지배구조와 경영방침을 정하는데 델라웨어주법은 신인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한 그러한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보유규모의 증대에 따라 영향력도 강화된 인덱스펀드들이 ESG를 내세우며 회사들에게 각각의 특성과 무관하게 통일적인 지배구조와 행동규범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한 SEC도 이러한 움직임에 편승하여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에 간섭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주제안권의 거절사유와 관련한 SEC의 방침변화이다. 과거 회사들은 회사사업과 무관한 일반적인 사회정책이슈를 위한 주주제안은 배제할 수 있었으나 최근 SEC관계자는 앞으로 “정책적이슈와 회사와의 관련”은 무시하고 “당해 이슈의 사회정책적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ESG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ESG도 결국은 장기적인 주주가치와 조화되는 한도에서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개별 회사가 ESG를 추구할 때에도 당해 회사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적합한 범위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지 인덱스펀드 같은 외부자가 정한 통일적인 방침을 무조건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