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 의한 승인의 한계

미국 회사법상 이익충돌의 우려가 있는 이사회 결정은 원칙적으로 경영판단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그 경우 한편으로 법원은 이사회 결정의 실질적 공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 거래당사자들로서는 법원판단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게 된다. 이러한 불편을 피할 수 있는 방책으로 각광을 받는 것이 바로 주주에 의한 승인(주주승인)이다. 주주승인을 거치면 경영판단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주승인은 최근 미국 회사법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 그 현상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회사법상으로는 주주승인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작지만 그런 수단의 이론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오늘은 주주승인의 한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Iman Anabtawi, The Limits of Shareholder Ratification (2023) 저자는 UCLA 로스쿨 교수로 있는 회사법학자인데 M&A에 관한 책을 Bainbridge교수와 공저한 바 있다.

저자는 주주승인이 남용되는 경우에는 주주이익을 해치는 이사회 결정이 증가할 위험이 크다고 전제하고 주주승인이 이사회 결정의 실질적 공정성을 뒷받침하는 경우에 한해서 이익충돌을 정화(cleansing)하는 효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이익충돌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들을 살펴본다. II장에서는 이사회 결정의 이익충돌을 정화할 수 있는 기존의 장치로 이사회의 특별위원회에 의한 승인과 주주승인을 검토한다.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 것은 주주승인인데 저자는 주주승인에 대한 기존의 근거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의 이론적 바탕이 취약함을 주장한다.

III장에서 저자는 주주승인의 이론적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인 공정성이론을 제시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주주승인은 이사회 결정의 실질적 공정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래 주주승인은 회사와 이사와의 거래가 취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회사법이 특별히 도입한 방안에서 유래한 것이다. 취소를 막는 방안으로 주회사법은 이해관계 없는 이사나 주주의 승인을 도입하였는데 법문상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승인이 있는 경우에는 보통법상 신인의무의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 저자는 그런 승인이 과연 실제로 주주들에게 공정한 결과를 확보해주었는지 여부에 관한 실증적 증거를 분석한 후 그러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러한 결론에 기하여 IV장에서 저자는 공정성이론의 관점에서 주주승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저자는 결과의 실질적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주주승인의 절차적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주주승인은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예컨대 이사회 결정이 낭비나 악의(bad faith)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화효과를 부인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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