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규제의 경쟁법적 성격

작년 10월 은행을 공공사업(public utilities)과 유사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2023.10.9.자). 오늘은 은행규제를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Saule T. Omarova & Graham Steele, Banking and Antitrust, 133 Yale L. J. 1162 (2024) 지난 달에 Omarova교수의 글을 소개하며 중요한 주제에 관한 그의 다른 글들은 너무 방대해서 선뜻 소개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2024.2.26.자) 본문만 거의 90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논문은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경쟁법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빅테크기업이나 대규모제약회사 뿐 아니라 대규모농산물회사 등 다방면에서 적용되고 있음에도 대규모은행은 그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애초에 은행규제자체가 구조적으로 경쟁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지적하며 은행규제를 그러한 관점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통화공급기능을 담당하는 은행은 국가로부터 특별한 보호를 받는데 은행과 증권의 분리를 포함한 은산분리, 영업지역제한, 은행감독 등의 은행규제는 “은행의 안전과 건전성”(safety and soundness)을 위한 것인 동시에 국가의 보조를 받는 은행이 과도하게 성장하여 그 권한을 남용하고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위협하게 될 위험을 막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당국은 은행업계에서의 경쟁보다는 은행의 안전과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춰 대마불사(too big to fail)적인 대형금융기관의 경우에도 그것이 제기하는 경쟁법상의 문제보다는 건전성의 문제만을 우려한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은행법과 경쟁법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살펴본다. II장에서는 은행법과 경쟁법의 관련을 논한다. 그에 따르면 은행의 경우에도 경쟁법의 적용을 받지만 안전과 건전성이 최고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은행업의 집중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III장 이하에서는 은행법에서 경쟁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규제를 검토한다. III장에서는 은행합병심사나 임원겸임과 같은 정식의 경쟁법적 수단을 설명한다. IV장에서는 기능상으로 경쟁법적 효과를 갖는 은행규제로 예금한도나 대출한도와 같은 집중규제와 금리규제 등을 소개한다. V장에서는 전형적인 은행규제에 속하지만 아울러 경쟁법적 성격을 갖는 규제들로 진입규제, 은행증권분리 등의 업무제한, 관계자에 대한 대출제한 등을 꼽고 있다. 끝으로 VI장에서는 은행규제를 일종의 경쟁법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갖는 정책적 함의를 대마불사적 금융기관과 디지털금융과 관련하여 따져본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양자 모두에 관해서 보다 엄격한 규제를 가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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