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권한을 제한하는 주주와의 계약의 한계

지난 3월 블로그에서 델라웨어형평법원이 직전에 선고한 Moelis판결을 소개한 일이 있다(2024.3.5.자). 이 판결에서 법원은 특정 주주에게 18종의 이사회결정에 대한 사전승인권 등 광범한 권한을 부여한 약정이 이사회의 업무집행권을 정한 州회사법 제141(a)조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효력을 부정하였다. 법원은 “지배구조에 관한 약정이 경영사항에 대해서 최선의 판단을 내릴 이사의 의무를 매우 중대하게 배제하는 효과를 갖거나 경영정책사항에 대한 이사의 결정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에는 제141(a)조를 위반한다”는 Abercrombie기준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사적자치를 제약하는 이 판결에 대해서 실무계는 바로 반발하였다. 주회사법 개정의 준비작업을 담당하는 델라웨어 변호사협회 회사법부회(Council of the Corporation Law Section of the Delaware State Bar Association)는 즉각적으로 이 판결의 효과를 뒤엎기 위한 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은 회사와 주주 사이의 약정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제122(18)조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 규정은 그러한 약정의 예시로 ①약정에 명시된 조치가 이사회 승인을 요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가 그 조치를 행하는 권한을 제약하기로 하는 약정, ②약정에 명시된 조치를 회사가 행하기 전에 타인의 승인을 받기로 하는 약정, ③회사나 이사회 등이 약정에 명시된 조치를 행하거나 행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 등을 들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 Tulane 로스쿨 Ann Lipton교수은 최근 비판적인 견해를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Moelis판결은 다음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①정관이 아닌 주주간계약에 의한 사적자치는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가? ②근본적으로 위임이 불가능한 이사회의 권한은 무엇인가? 그는 사적자치를 원하는 자들은 주식회사 대신 폐쇄회사나 LLC쪽을 택하다보니 이 문제들이 아직 미해결상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제122(18)조는 주주에게 위임하는 권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 경우 주식회사와 LLC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주식회사 형태를 택하는 의의가 크게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개정안이 과연 입법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 회사법과 사적자치에 대한 논의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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