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직접소송과 대표소송를 구분하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회사법의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론과 실무의 양면에서 모두 중요한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그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주제지만(예컨대 2023.11.22.자, 2023.8.8.자 등) 이제 다른 학자들에게는 그저 따분한 문제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모처럼 그 난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논문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다. 그것도 거의 30년간 이 분야를 외면하다시피 한 미국의 학계에서! James An, The Distinction Between Direct and Derivative Shareholder Claims, George Washington Law Review(Forthcoming). 저자는 작년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2023.9.26.자) 현재 Stanford 로스쿨의 강사로 있는 신진학자이다. 이 논문이 특히 반가웠던 것은 저자가 양자의 구분에 관한 델라웨어주 판례의 최근 변화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현재 델라웨어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Tooley기준을 설명한다. 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2023.8.8.자) 그 기준은 다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①문제의 손해는 (회사와 주주개인 중에서) 누가 입은 것인가; ②손해배상이나 기타의 구제수단의 이익은 (회사와 주주개인 중에서)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II장에서는 이러한 Tooley기준의 취약점을 예리하게 분석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①의 손해의 주체는 지배주주가 거래구조를 설계하기에 따라 주주에서 회사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여준다. 또한 델라웨어에서 법원은 구제수단의 선택에 폭넓은 재량을 누리므로 ②의 손해배상의 귀속주체도 법원이 어떠한 구제수단을 택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밖에 저자는 – 타당하게도 – 델라웨어법원이 주식의 저가발행으로 인한 희석(dilution)과 자산의 고가매수(overpayment)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여 회사의 손해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III장에서는 델라웨어법원이 Tooley판결(2003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Tooley기준의 예외를 인정한 Gentile판결(2006년)을 번복한 Brookfield(또는 Rosson)판결에 이르기까지의 혼란스런 과정을 보여준다(2023.8.8.자 참조).
IV장에서는 드디어 저자는 Tooley기준을 대체할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주주에 대해서 직접소송을 허용할지 여부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을 주장한다. ①주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가버넌스 메커니즘의 존재여부와 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의 상대적 역량.
델라웨어주를 포함한 미국에서 주주의 직접소송을 좁게 인정하는 이유는 법원도 그 남용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의 집단소송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증거확보의 수단도 제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용가능성보다는 주주의 구제를 더 중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Tooley기준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는 공감하면서도 그가 제시한 독창적인 기준은 너무 과감해서 현실적으로 수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