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조정에서의 룰과 스탠다드

법을 만들 때 룰을 택할 것인가 스탠다드를 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문제에 속한다. 비슷한 선택의 문제는 계약이나 정관의 작성과 같은 사적조정의 국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오늘은 사적영역에서의 룰과 스탠다드 사이의 선택 문제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Tomer Stein, Rules vs. Standards in Private Ordering, 70 Buff. L. Rev. 1835 (2022). 지난 1년 사이에 이미 두 차례(최근에는 2024.7.9.자)나 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테네시대학에서 회사법과 계약법을 가르치는 소장학자이다.

일반적으로 룰과 스탠다드의 대립관계는 입법과 같은 공적영역이나 계약과 같은 사적영역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논문은 양자 사이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룰과 스탠다드 사이의 선택은 다음의 세 가지 비용의 합계에 달려있다고 본다. ①당해 규범(룰이나 스탠다드)의 작성비용, ②법원에서의 집행비용, ③당해 규범의 준수비용. 이들 비용과 관련하여 룰과 스탠다드는 트레이드오프(tradeff)관계에 있다. 입법과정에서는 규범의 집행비용과 준수비용의 면에서 양자가 동일하다면 작성비용이 저렴한 스탠다드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적조정과 관련해서는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적영역의 룰과 스탠다드와 공적영역에서의 룰과 스탠다드 사이에는 형식면의 차이와 아울러 기능면의 차이가 존재한다. 형식면에서 법률상의 스탠다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 점점 룰과 같은 성격을 띠게 되는데 반하여 계약상의 스탠다드는 시간이 흘러도 룰로 전환되지 않는다. 기능면에서 사적조정에서의 룰과 스탠다드에 관련된 비용을 고려할 때에는 당사자사이의 협상과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 사적조정에서는 장차 당사자간의 협력과 신뢰를 위해서 스탠다드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로 든다. 특히 이 부분의 서술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과 II장에서는 각각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에서의 룰과 스탠다드를 작성비용, 집행비용, 준수비용의 세 가지 면에서 살펴본다. II장에서는 또한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 사적영역에서의 룰과 스탠다드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관계는 공적영역의 경우와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III장에서는 회사의 계약을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한다. ①룰의 전형으로서의 채무약정(debt covenants), ②스탠다드의 전형으로서의 “통상적인 운영”약정(ordinary course covenants), ③양자의 중간형태로서의 “중대한 불리한 변화”(material adverse change)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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