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최신 문헌을 소개하기로 한다. Ryan Bubb, Emiliano Catan & Holger Spamann, Shareholder Rights and the Bargaining Structure in Control Transactions (2024). 공저자 중 앞의 두 사람은 NYU교수로 미국학계에서는 나름 유명하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처음 소개한다. Catan교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신진학자로 Marcel Kahan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많다. Spamann교수는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독일 출신의 하바드 로스쿨 교수이다.
논문에서는 기업인수거래를 소재로 주주의 의결권과 신인의무의 상호관계를 분석한다. 기업인수거래에서 주주의 권리는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제정법상의 권리로 의결권 및 주식매수청구권과 ②판례법상의 권리로 경영자의 올바른 행동에 대한 권리. ②를 보다 친숙한 용어로 바꾸면 경영자의 신인의무가 될 것이다. ②의 권리의 내용은 결국 법원의 판단을 거쳐 구체화된다. 최근에는 기업인수거래에 관한 주주소송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해관계 없는 주주들의 과반수 동의(majority of minority: MOM)라는 일종의 정화(cleansing)장치를 통해서 주주소송을 저지하는 길을 마련하고 있다. 즉 ②를 ①로 대체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제정법상 주주는 기업인수거래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만 제안권은 경영자가 갖기 때문에 주주는 거부권을 가질 뿐 逆제안권이 없다. 따라서 주주는 주식의 현재가치를 받을 수 있을 뿐 인수거래로 인한 가치증가분(“잉여가치”) 이상은 받기 어렵고 이 점이 현행 법제의 사전적 효율(ex ante efficiency)을 훼손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기업의 총기대가치가 기업의 설립비용보다 크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사전적 효율에 부합한다는 관점에 따르면 주주들은 총기대가치를 지분율에 비례하여 분배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은 (배당이나 자본감소의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 넓은 의미의) 기업가치의 분배와 관련해서도 주주평등의 사고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수기업으로서는 주주에게 현재가치만을 지급하는 한편으로 대상기업 경영자에게는 잉여가치의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경영자의 협조를 유도할 수 있다. 현행 법제의 옹호론자들은 주주대신 경영자에게 잉여가치의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인수거래를 촉진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들은 현재의 상황은 사전적 효율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잉여가치를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이 기업인수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사전적 효율을 증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주주에 대한 배분증가로 인하여 위축되는 한계적인 인수거래는 애당초 사회적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주주의 ②의 권리는 주주에게 분배되는 잉여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저자들은 경영자인 주주가 자신의 지분비율을 초과하여 잉여가치를 가져가는 것, 즉 뒷돈(side payment)를 받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원칙을 反자기거래규범이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경영자의 신인의무야말로 실제로 주주들이 현재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反자기거래규범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주주의 의결권은 별로 기능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들은 MOM을 이익충돌거래의 정화장치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신인의무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비판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경영자가 50%미만의 주식을 가진 경우(Corwin판결)는 물론이고 과반의 주식을 가진 경우(MFW판결)에도 MOM은 결국 주주들이 불리한 인수거래를 막을 수 있을 뿐이고 현재가치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여지는 없다. 또한 저자들은 주주들이 잉여가치를 분배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인수기업사이의 경쟁, 경영자의 중립원칙(no frustration rule), 일단 매각을 결정하면 최고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Revlon의무 등을 검토한다.
전체적으로는 복잡한 수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솔직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곳 저곳에서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는 예리한 관찰이 많다는 점에서 정독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