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후보에 관한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정관조항

최근 미국 회사법학계에서 널리 논의되는 테마 중에 이른바 advance notice bylaws(ANB)란 것이 있다. 직역하자면 “사전통지를 요하는 부속정관” 정도가 되겠지만 요컨대 주주가 이사후보를 추천할 때 사전에 회사에 자신과 이사후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부속정관규정을 지칭한다.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그것을 종종 마주쳐왔지만 우리 사정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짐짓 외면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 지배구조상 중요한 현상임은 부정할 수 없고 또 마침 그것을 종합적으로 다룬 논문이 발표되었기에 소개한다. Ben Bates, Rewriting the Rules for Corporate Elections (2024). 저자는 하바드 로스쿨에서 학계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진학자이다.

ANB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것이 경영진과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행동주의주주사이의 대립 시에 경영진의 방패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ANB는 적어도 1980년대부터 이용되어 왔지만 특히 주목받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후 요구하는 정보가 대폭 확대된 이른바 2세대 ANB가 등장하면서부터의 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ANB가 요구하는 정보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논문은 이 2세대 ANB에 관한 이론, 현실, 정책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논의의 배경으로 주주행동주의의 역사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본다. 본론이 시작되는 III장에서는 ANB가 출현하게 된 원인과 아울러 그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ANB가 주주행동주의에 소요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선거결과에 대한 이사회의 영향력을 증가시킴에 따라 주주가 후보추천을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어서 ANB의 효력에 관한 델라웨어주판례를 정리한다.

IV장과 V장에서는 방대한 실증데이터를 기초로 논의를 진행한다. 먼저 IV장에서는 ANB의 정보제공요건에 영향을 미친 시장차원의 요인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ANB의 정보제공요건은 두 차례의 사건을 거치며 강화되었는데 하나는 2008년의 금융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추천후보와 회사추천후보를 하나의 후보명단에 포함시킬 것을 명하는 이른바 Universal Proxy Rule을 2021년 SEC가 채택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 정보제공요건은 회사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그 차이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V장에서는 ANB의 정보제공요건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회사차원의 요인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하여, 그리고 주주행동주의에 노출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하여 정보제공요건이 더 강력하다.

끝으로 VI장에서는 정책적인 대안에 대해서 검토한다. 먼저 정보제공요건에 표준이 없는 것에서 비롯되는 비용을 밝히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개선책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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