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규제는 주로 투자자보호를 위한 것으로 파악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오늘은 증권규제를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James J. Park, Securities Regulation and Big Business, UC Davis L.Rev.(Forthcoming). 저자는 UCLA 로스쿨에서 증권법을 가르치는 한국계 교수이다.
저자는 당초 증권규제는 회사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증대되는 것을 막는 것도 목적으로 삼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에 이르러서야 정보제공에 의한 투자자보호를 통해서 효율적 자본시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증권규제의 주된 역할로 정착되었다. 저자는 최근에 이르러 거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다시 증권규제의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ESG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기업의 공시의무를 강화함으로써 자원배분에 윤리적 요소가 반영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회사의 영향력(corporate power)을 ①시장에서의 영향력(market power), ②경영상의 영향력(managerial power), ③자원배분상의 영향력(allocative power)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그것이 회사의 규모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III장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영향력에 대한 법의 통제를 검토한다. 그에 의하면 ①시장영향력은 독점규제법으로, ②경영상의 영향력은 회사법으로, 그리고 ③자원배분상의 영향력은 증권규제로 각각 규율한다.
논문의 핵심인 IV장에서는 마지막 자원배분상의 영향력과 관련하여 회사규모와 효율 및 윤리적요소와의 관계를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효율적 자본시장을 위한 공시규제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대기업만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여러 이유로 상장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자연히 회사의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하여 보다 많은 “윤리적 공시”(ethical disclosure)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가의 공시의무는 기업의 공시부담을 더욱 증가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대기업만이 그것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대기업의 자원배분상의 영향력에 대한 통제라는 제목의 V장에서는 저자의 주장을 제시한다. 저자는 증권규제를 기업이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충족해야 하는 요건으로 파악한다. 현재 대기업만이 그 요건을 충족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은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를 누리는 대기업에게는 투자자들이 그 자원이 윤리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다 강화된 공시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ESG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아서 그에 관한 논의를 소상히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내 소견으로 이 논문은 최근 인기있는 주제인 ESG관련 공시의 이론적인 기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도 유익한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