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발전에 따라 재산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당초에는 유체물에 대한 권리인 물권이 절대적이었지만 차츰 채권이나 지적재산권의 비중이 높아졌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우리 학계에서도 이미 이에 관한 법적 연구는 활발한 것 같다. 오늘은 디지털자산의 등장을 계기로 소유권 개념을 재검토하는 내용의 신간을 소개한다. 道垣内弘人(도가우치 히로토), 所有権について考える-デジタル社会における財産(民法研究レクチャーシリーズ)(2024). 동경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민법과 신탁법에 조예가 깊은 학자이다. 형인 道垣内正人교수 역시 동경대 명예교수로 저명한 국제사법학자이다. 형과는 13년 전 와세다대를 방문했을 때 만나 점심까지 같이 한 적이 있지만 동생은 모임에서 몇 차례 마주쳤을 뿐 교분은 없는 사이이다.
이 책은 강연을 정리한 것으로 각주까지 합쳐도 100면에 불과한 소책자이다. 놀라운 것은 강연이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데 그 수준은 대학원생, 아니 법학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정도로 높다. 이 책의 장점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것과 어지간한 논문만큼 짧아서 단숨에 끝마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이나 비트코인 같은 첨단현상 뿐 아니라 소유권의 변천에 관한 (봉건제도, 존 로크의 견해 등) 역사적, 철학적 검토, Howey판결이나 부동산 유동화와 같은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어 시간적인 면에서의 “가성비”가 높다. 강연을 통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 특정한 맥락에서 형성된 법개념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적합하지 않게 된 경우 그 개념이 수행하던 기능에 초점을 맞춰 변화된 상황에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최근 일본(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국제) 학계의 최근 논의동향에 관심 있는 분들, 특히 나처럼 그 분야에 과문한 분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책의 내용을 가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린다는 차원에서 목차만을 뽑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