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일법상 기업집단에서의 법인독립원칙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2024.4.13.자). 그 논문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자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모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상황을 다룬 것이었다. 오늘은 그러한 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모회사의 책임을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Peter Hommelhoff, Risikosegmentierung durch die Tochter-GmbH im Alleinbesitz, ZHR 188(2024) 336–355. 저자는 하이델베르크대학 총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독일 회사법학계의 원로이다.
법인독립원칙은 주식회사와 관련해서도 논할 수 있지만 저자는 유한회사, 그중에서도 완전자회사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기업집단의 자회사로는 유한회사 형태가 주로 이용되고 또 유한회사의 절반 이상이 기업집단에 소속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완전자회사를 통한 위험분리(Risikosegmentierung)가 고위험의 신규사업수행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국가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독일과 유럽에서 자회사의 행위에 대해서 모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입법과 판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2024.4.13.자). 저자는 이러한 추세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처방안을 모색한다.
논문은 서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은 완전자회사인 유한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구조를 자회사와 모회사로 나누어 설명한다. 주목할 것은 모회사가 유한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회사의 경우에 비하여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회사정책과 비일상적인 사항에 대한 결정권과 아울러 자회사의 자금조달, 고위인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모회사는 자회사 이사를 언제든 정당한 사유없이 해임할 수 있다. 자회사는 일상적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만 모회사는 그에 대해서도 언제든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III장에서는 이러한 주식회사의 경우와 달리 유한회사의 경우 모회사의 완전한 지배권을 고려하면 위험 및 책임의 분리는 완화해야 하지 않는가의 문제를 검토한다. 저자는 완전자회사인 유한회사에 의한 위험분리가 포기되거나 완화되는 경우에는 위험한 신규사업추진을 포기하거 나 법적, 경제적으로 독립된 형태로 사업을 영위해야 할 것인데 이는 전체 경제적 관점에서 매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IV장에서는 이처럼 원칙적으로 위험분리를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자회사에 특별한 이익을 갖는 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자회사 경영자에게 특별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모회사 경영자에게는 자회사 경영자가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는지를 감독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하다. 그에 따르면 모회사 경영자의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모회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모회사 책임은 위험분리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자회사의 이해관계자를 어느 정도로 보호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 문제는 법원보다는 입법부가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