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머스크의 천문학적 규모의 스톡옵션을 무효로 선언한 델라웨어 형평법원 판결을 소개한 바 있다(2024.1.31.자). 델라웨어주법상 공정성의 증명책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 없는 이사의 승인과 함께 정보에 뒷받침된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MOM)이 필요한데(2021.7.28.자) 담당판사인 McCormick판사는 MOM은 있었지만 충분한 정보제공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전체적 공정성 기준을 적용하였다. 지난 6월 테슬라는 주주들에게 판결문을 첨부하는 등 정보제공을 보완하여 다시 주주총회를 개최했고 그 보상계약은 이해관계 없는 주주의 76%의 찬성으로 추인되었다. 테슬라는 바로 이 추인결의를 근거로 같은 법원에 당해 옵션의 부여를 유효로 선언할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지난 12월 초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McCormick판사는 테슬라의 청구를 기각하였다(Tornetta v. Musk, 2024 WL 4930635 (Del. Ch. Dec. 2, 2024)). 오늘은 이 후속판결을 하바드 블로그의 최신 포스트를 토대로 간단히 소개한다.
테슬라는 판결 후의 추인결의는 절차상의 하자를 치유함으로써 옵션부여의 효력을 되살린다고 주장하였으나 McCormick판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 피고(테슬라)는 재판 후 창출한 증거를 토대로 불리한 판결을 번복할 수 있는 절차적인 근거가 없다. 패소당사자가 판결을 수정할 목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청출하는 것을 법원이 허용한다면 소송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 커먼로상의 추인은 시의적절하게 제기해야 하는 항변으로 적어도 판결 후에 처음으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 피고가 말하는 “커먼로상의 추인”은 커먼로상으로 근거가 없고 주주의 결의만으로는 이익충돌있는 지배주주의 거래를 추인할 수 없다.
- 주주의 결의가 추인하는 효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안에서는 주주의 추인을 구하는 위임장설명서에 다수의 중대한 부실표시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McCormick판사는 이상의 어느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테슬라의 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테슬라는 이 판결에 대해서 상고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판결 후 추인의 효력을 부정하는 이 판결이 델라웨어 대법원에서 번복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자들은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 판결이 관심을 끈 또 하나의 논점은 변호사보수였다. 1월 판결에서 승소판결을 끌어낸 원고변호사들은 그 판결로 인한 테슬라의 이익을 현재 가치인 560억달러로 평가하고, 56억 달러에 달하는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수를 청구하였다. McCormick판사는 그 판결에 따른 테슬라의 이익은 옵션부여 당시의 공정가치인 23억 달러라는 전제하에 그 금액의 15%인 3억4천5백만달러를 변호사보수로 지급할 것을 테슬라에게 명하였다. 이 금액은 Bainbridge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시간당 18,000달러에 상당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델라웨어법원에서는 최고기록이라고 한다.
하바드 블로그 포스트의 저자는 과연 문제의 옵션부여로 인하여 주주가 입은 손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한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판결은 절차적인 하자를 이유로 이사회와 주주의 의사를 무시한 결과를 도출하였을 뿐 아니라 그런 결과를 끌어낸 변호사에게 회사의 이익(결과적으로는 주주의 이익)을 이유로 거액의 보수를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는 점에서 그 현실적 타당성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