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 상장회사에서의 주주권 제한

주식소유구조의 변화로 기관투자자 지분이 늘어나고 특히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이들의 행동주의가 대두됨에 따라 각국에서는 주주권한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네델란드법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소개한다. Bastiaan Kemp et al., Limiting Shareholder Power in Dutch Listed Companies (2020) 네델란드법이 과연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분도 있겠지만 이론적인 선택지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네델란드 회사법은 주주에게 이사임면, 정관변경 등 중요사항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동시에 정관으로 주주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70%이상의 상장회사들이 정관으로 이사임면, 정관변경에 관한 주주권을 제한하고 있다. 주주권을 제한하는 규정들(oligarchic clauses)은 다음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➀ 다른 회사기관의 제안이 있을 때만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➁ 주주총회결의의 시행을 다른 회사기관의 승인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➂ 결의요건을 강화하는 경우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외국에 상장한 회사들의 경우 이런 제한규정들을 이용하는 비율이 떨어지는데 일단 이용하는 회사들은 주주권 제한의 강도가 더 높다고 한다. 주주권제한규정의 이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저자들은 외국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비중이 높은데 이런 회사들은 구태에 주주권을 제한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주주권제한의 강도가 높은 점에 비추어 외국상장회사들이 구태여 네델란드법을 설립준거법으로 삼은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바로 이런 주주권제한의 가능성을 노렸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저자들은 주주권제한조항이 널리 활용되는 이유를 네델란드의 경우 현재의 기업지배구조가 이해관계자중심모델을 취하고 있는데 반하여 회사법은 1929년 제정 시 유행하던 주주중심으로 권한배분이 되어있는 불일치에서 찾고 있다. 그들은 주주권제한조항은 이사회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루 포섭하는 의미의 회사이익을 위해서 경영하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채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관에 의한 주주권 제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실제 수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짐작되는데 기업지배구조의 현실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논의의 필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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