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투자의 규제완화와 공개회사의 퇴조

최근 신문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환매중단된 사모펀드가 20개를 넘는다고 한다. 개중에는 라임, 옵티머스 등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사례도 없지 않다. 그 전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은 사모투자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모시장의 성장은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을 그 현상과 관련된 비교적 최근의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Elisabeth de Fontenay, The Deregulation of Private Capital and the Decline of the Public Company, 68 Hastings L.J. 445 (2017) 저자는 최근 증권법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업적을 발표하고 있는 Duke Law School 교수로 공개회사의 감소가 경제전반에 미칠 효과를 정보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I장에서 저자는 미국에서 기업공개와 상장기업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소개한다. 기업공개는 1980-2000년에 비하여 2001-2012사이에 연평균 1/3로 감소하였고 1977년에서 2012년 사이에 상장기업 수는 거의 13% 감소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 전체기업 수는 증가했기 때문에 상장기업 비율은 거의 40% 감소했다고 하다. 반면에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이 공모시장을 외면하고 사모시장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II장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는 공개기업에 대한 공시규제의 강화를 그 원인으로 지적하는 견해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공모시장의 퇴락은 이미 SOX법 이전부터 일어난 현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대신 저자는 사모시장의 규제완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진행된 사모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살펴본다. 우리의 현재 상황과 관련하여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사모펀드 투자자 수 제한을 사실상 폐지한 1996년 개정이다. 그로 인하여 사모펀드 규모가 대폭 확대되었고 그로 인하여 비공개회사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도 크게 커졌다고 한다. 또한 적격투자자들이 사모로 취득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남으로써 사모주식의 단점인 유동성 문제가 개선되었음을 지적한다.

본론이 시작되는 III장에서는 강제공시의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통설적 견해에 대해서 그것은 비슷한 회사들이 모두 공시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한 것인데 일부 회사들이 공시를 회피할 수 있다면 강제공시의 편익이 감소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IV장에서는 정보의 외부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정보의 외부효과를 ➀사회적이익을 제공하는 경우(public subsidy)와 ➁비공개회사에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private subsidy)로 구분한다. ➀의 대표적인 예로는 주가지수를 들고 있다. ➁와 관련하여 비공개회사는 강제공시로 공개되는 정보를 통해서 사업계획을 포함해서 영업이나 재무활동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만약 강제공시 대상인 기업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정보의 규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강제공시의 긍정적인 외부효과도 감소하게 된다.

V장은 기업이 강제공시를 피하게 되는 이유를 정보의 외부효과에서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것은 위 ➁의 정보이다. 만약 공개회사와 비공개회사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고 양자에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가 전혀 다른 그룹에 속하는 경우라면 이런 식의 외부효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사모시장규제의 완화로 인해서 일반투자자들도 공모투자 대신 사모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에 따라 유니콘기업들도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개회사와 비공개회사가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그 경우 공개회사는 자신이 공시하는 정보를 경쟁자가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일종의 무임승차행위)이 꺼림칙할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피하고 거래소상장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결국 시장전체에 제공되는 정보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고 그것은 사회전체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문이 공모투자의 위축이 시장에 제공되는 정보를 축소시킴으로써 외부효과도 감소시킨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일 뿐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문제는 공모투자와 관련한 공시규제를 강화하는 반면에 사모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발생하였다. 저자는 현재 상태가 공개회사에 대한 공시규제를 완화하거나 아니면 사모투자에 대한 규제완화를 철회하는 식의 양 극단의 정책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모시장의 후퇴와 사모시장의 약진은 현재진행형의 사안이고 여러 요소들과 관련 있는 현상이라 섣불리 결론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공모시장 후퇴로 인한 정보효과라는 논점은 미국에서도 새로운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더욱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말하는 private subsidy란 것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모발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침을 이미 발표한 바 있는 우리로서는 사모규제완화의 효과에 대한 외국의 경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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