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금융계약과 법원의 해석

어제에 이어 오늘도 Elisabeth de Fontenay교수의 글을 한편 더 소개한다. Complete Contracts in Finance (2020) 이번 글은 금융거래나 기업인수합병거래에서 체결되는 계약(이하 금융계약으로 총칭)이 길어지는 현상과 그 문제점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실무상 계약서는 점점 길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합병계약의 경우에는 20페이지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00페이지를 넘고 있고 금융거래의 경우에는 그 변화가 더 심하다고 한다. 길어진 이유는 일반추상적인 스탠다드 대신 구체적인 룰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예전 같으면 “중요한 이익충돌” 같은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할 것을 이제는 그 구체적인 예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적시하는 식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긴 계약은 작성비용은 많이 들지만 분쟁가능성을 줄여서 분쟁해결비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현실을 보면 계약해석에 관한 분쟁은 줄어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보며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➀분쟁은 줄지 않는데 당사자들은 왜 상세한 계약을 체결하나? ➁왜 상세한 계약으로도 분쟁을 줄이지 못하나? 저자는 ➀과 관련한 다양한 기존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분야에서 점점 관계적 계약이 줄고 transactional agreement(일회적 계약쯤으로 번역해야할지 모르겠다)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저자는 전문성이 있음에도 불완전한 계약을 작성한 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법원의 태도도 계약서가 두꺼워지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이런 법원의 태도가 불완전계약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불완전계약이론에 의하면 완전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정보비용, 거래비용 등의 요인 때문에 불가능하고 불완전계약이 사전적으로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법관들은 완전한 계약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계약에서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그 공백을 메우는 해석원칙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그에 따르는 대신 작성자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법원은 M&A계약에서는 매수자에 불리하게 금융계약에서는 채권자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당사자들은 계약작성에 과도한 자원을 투입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으로 복잡하고 상세한 계약을 체결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기술적인 문제점을 당사자나 제3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제3자의 악용사례로 페루국채를 저가에 매입한 Elliott펀드가 “pari passu”조항을 이용하여 거액의 이득을 취한 사례를 들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원이 완전한 계약에 집착하지 않고 불완전한 계약을 효율적으로 해석하는 것일텐데 그것이 어려운 현실에서는 여전히 자금력있고 전문성 있는 당사자들은 상세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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