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쇠파리”에 의한 주주제안권 행사

우리나라에서 주주제안권의 남용은 – 적어도 아직은 – 현실적으로 별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한 주주가 수십 건의 제안을 하는 등 남용 사례가 많다. 그리하여 작년 회사법개정에서는 주주제안권의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의 사정도 일본과 비슷하다. 미국 SEC도 작년에 주주제안 수를 줄이기 위한 규칙개정안을 공표한 바 있다. 오늘은 주주제안권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다. Kobi Kastiel & Yaron Nili, The Giant Shadow of Corporate Gadflies (2020)(어떤 이유에서인지 ssrn링크를 붙일 수가 없는데 직접 ssrn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요약문과 논문전문을 구할 수 있다) 저자들은 미국 학계에서 아주 활발하게 연구업적을 발표하고 있는 신진학자이다.

저자들은 미국 기업에서 – 저자들이 “회사 쇠파리”(corporate gadflies)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 소수의 개인주주들이 주주제안권 행사를 통해서 의제설정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과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이 논문의 기여는 다음 세 가지이다.

➀이 논문은 실제의 주주제안사례를 토대로 “회사 쇠파리”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현실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2018년에는 5명의 개인주주들이 S&P 1500 회사들에서 주주제안의 약40%를 제출했고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은 제안의 53%이상을 이들이 제출했으며 이들의 제안이 회사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경우도 적지 않다.

➁이 논문은 “회사 쇠파리”의 활동과 관련하여 기업지배에서의 대규모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검토한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지난 10년간 주주제안을 한 건도 제출하지 않을 정도로 주주제안권 행사를 외면하고 있지만 “회사 쇠파리”들이 제출한 주주제안에는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논문은 이처럼 주주제안권 행사를 “회사 쇠파리”들에게 맡기고 있는 현실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➂이 논문은 주주제안권 행사에 “회사 쇠파리”만이 아닌 모든 주주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정책개혁안을 제시한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I장은 “회사 쇠파리”의 영향력과 기관투자자의 무관심을 보여준다. II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이처럼 “회사 쇠파리”에 의존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히 SEC의 규정개정으로 그들의 활동이 어떻게 위축될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III장에서는 저자들이 관찰한 바가 갖는 정책적 함의에 관해서 논한다. 단순히 개인투자자들의 주주제안권 행사를 제한하고자 하는 다수의 논자들과는 달리 저자들은 주주제안권의 문제를 기업지배에서 투자자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한다는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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