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자 노릇을 하는 의결권 자문사

의결권 자문사(proxy advisors)의 영향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이 큰 미국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한층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오늘은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최근의 블로그 포스트를 한 편 소개한다. Neil Whoriskey, The New Civil Code: ISS and Glass Lewis as Lawmakers 저자는 미국의 대형 로펌 파트너이고 대상은 양대 자문사인 ISS와 Glass Lewis이다. 저자는 양대 자문사가 의결권 자문업무를 통해서 이사회구성, 임원보수, 포이즌필, ESG정책 등 회사법의 광범한 영역에서 사실상 법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함을 주장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글은 ➀양대 자문사가 어떻게 그런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 영향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➁자문업무가 탄생하게 된 규제상의 연혁을 서술하며, ➂그런 사실상의 입법활동이 올바른 입법방식이라고 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➃저자가 New Civil Code라고 부르는 양대 자문사의 기본방침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➀양대 자문사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이사선임을 위한 표결에 대한 자문을 통해서이다. 이들은 자신의 기본방침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이사의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투표를 하도록 기관투자자에 자문한다. 예컨대 ISS는 문제 있는 경영권방어장치나 지배구조요소가 존재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모든 이사들의 선임에 반대하도록 자문하고 있다. 따라서 이사들은 그런 사항들이 주총결의와 무관한 경우에도 그것을 변경할 압력을 느끼게 되고 이사회의 경영권은 사실상 양대 자문사가 행사하는 셈이 된다.

➁자문업무가 탄생하게 된 것은 2003년 SEC가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의결권행사에 관한 방침을 채택할 책임을 부과하는 Release를 공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그런 방침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은 그런 방침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그 업무를 아웃소싱하였다. SEC는 no-action letter를 통해서 그런 실무를 허용하였고 그리하여 양대 자문사가 성장하게 되었다.

➂저자는 SEC의 규칙제정권한은 제한된 것인데 자신이 직접 규칙을 제정할 수 없는 여러 사항에 대해서 사실상의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민간기관인 자문사에 위임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➃만약 자문사가 정한 방침, 즉 New Civil Code가 적절하다면 ➂이 덜 문제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 여러 면에서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양대 자문사가 상장사의 방어수단을 배제하는데 전력을 기울임에 따라 상장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행동주의에 극도로 민감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 예로 양대 자문사가 하바드 로스쿨이 추진한 시차이사회 폐지 캠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한 것을 든 것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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