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에 작용하는 두 가지 영향력

오늘도 10.28자 포스트에 이어 “거창한”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Ronald J. Gilson and Curtis J. Milhaupt, Shifting Influences on Corporate Governance: Capital Market Completeness and Policy Channeling (2020). 두 저자는 모두 개인적으로 20년 이상 가깝게 교류하고 있는 친구로 비교법에 조예가 깊은 회사법전문가이다. 그간 이 블로그에서 Gilson교수 글은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데 Milhaupt교수 글은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 얼마전 그런 사실을 고백하자 Milhaupt교수는 농담 섞인 말로 좀 서운하단 표시를 했는데 이번 글로 그 서운함이 다소 가라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실은 원래 일본법 전문가인 Milhaupt교수는 최근에는 중국 기업에 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나도 여러모로 중국에 관심이 많지만 이 블로그 방문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중국에 관한 글은 가급적 다루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빨리 수준 높은 중국법 관련 블로그가 출현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다시 이들의 논문으로 돌아가 보자. 종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주주가치나 이사회우선주의(director primacy) 등과 같이 단일한 요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이 논문은 ➀자본시장 완전성(capital market completeness)과 ➁정책 실현(policy channeling)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➀은 소유구조를 결정하며 자본시장이 완전할수록 지배구조는 주주이익에 민감하게 된다. ➁는 회사를 경제정책이나 사회적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상을 가리키며 이는 지배구조가 주주이익극대화 이외의 목적을 지향하도록 만드는 기능을 한다. 특정 시점, 특정 국가의 지배구조는 결국 이 두 가지 힘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데 그 상호관계는 동태적이며 따라서 특정 국가의 지배구조도 변화를 지속하게 된다. 또한 이 두 가지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주체들과 그런 변화를 위하여 선택하는 메커니즘들은 시대에 따라, 그리고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논문이 역사적, 비교법적 관점을 택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은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➀과 ➁의 의미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II장은 역사적 고찰로 미국에서 이 두 가지 힘이 어떻게 지배구조의 변화를 초래했는지를 고찰한다. 특히 특정 공공목적을 위한 회사를 의회의 특허로 설립하던 시스템이 19세기 중반에 회사의 설립을 업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을 ➀에 대한 고려가 ➁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으로 설명한다. III장은 비교법적 고찰로 이런 ➀과 ➁사이의 변동을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본다. IV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서 자본시장 압력의 증가로 주주이익을 강조하게 된 현실에 대한 불만이 최근의 개혁논의로 이어지게 된 주된 통로들을 분석한다. 현재의 개혁논의는 스튜어드쉽코드와 회사의 목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회사행동에 대한 자본시장의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경영진에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는 것을 지향한다. 저자들은 이런 노력들이 가져올 필연적인 실망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주주이익극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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