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의 뿌리는 영국법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회사법의 경우에도 타당하다. 그러나 현재 두 나라 회사법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늘은 뿌리를 공유하는 양국 회사법이 어떻게 이처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최근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Victoria Barnes, Legal Transplants, Law Books, and Anglo-American Corporate Fiduciary Duties, 16 Hastings Bus. L.J. 145 (2020). 저자는 영국출신의 젊은 여성법학자로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유럽법제사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논문은 회사법 중에서도 신인의무, 특히 미국법상의 경영판단원칙에 상응하는 영국법상의 내부경영원칙(internal management rul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형평법과 신탁법상의 신인의무는 영국법에서 유래한다. 미국이 계수한 영국법은 미국이 독립할 무렵의 영국법이었다. 그 후 영국법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미국법은 그러한 변화를 추종하지 않았다. 영국법상 법원이 조합원들, 주주들, 그리고 경영자들 사이의 분쟁에 원칙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부경영원칙은 1860년 Lindley가 발간한 체계서에서 비로소 확립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책에서 정리한 내부경영원칙은 기존 판례의 태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왜곡 내지 창조가 일어난 셈이다. 그의 체계서는 미국에서도 널리 읽혀졌지만 실제로 미국법의 내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9세기 중엽이후의 미국 법률가들은 같은 시기의 영국법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여기고 18세기와 19세기초의 영국법률문헌과 당시의 미국 법률가들이 발간한 체계서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한편 19세기말에 이르러서는 미국법은 이미 충분히 발달하여 구태여 영국법을 참조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 논문은 주주대표소송을 부정한 영국의 Foss v. Harbottle판결(1843)이 미국에서는 왜 채택되지 않았는지를 비롯하여 양국 회사법 사이의 차이에 대한 평소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또한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논문을 읽으며 한국법과 일본법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양국 회사법 사이의 공통분모는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과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일 두 나라의 회사법도 영미의 회사법 같은 정도의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인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느 만큼의 세월이 흘러야할까, 슬그머니 부질없는 궁금증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