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미국상장과 법적 책임 회피

지난 6월25일자 포스트에서 William Moon교수 논문을 소개하며 미국시장에 상장하는 중국기업들이 델라웨어주법 대신 Cayman Islands 같은 조세회피처 법에 의한 설립을 선호한다고 언급한 일이 있다. 오늘은 최근 그 문제를 약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Jesse Fried & Ehud Kamar, China and the Rise of Law-Proof Insiders(2020). 이 저자들의 알리바바에 관한 논문은 이미 8월17일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 논문은 미국에 상장하는 중국기업 경영자들을 — 미국 투자자들이 현실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에서 — “law-proof insiders”라고 부르며 그 근거와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기업이란 중국에서 사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가리키며 법적으로는 외국법에 의해 설립된 외국회사인 경우도 많다. 저자들은 중국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➀미국의 상장회사에 합병되는 경우(역합병); ➁Cayman Islands 같은 조세회피처 법에 의하여 설립한 회사를 통해서 미국에서 상장하는 경우; ➂중국법에 의하여 설립되고 중국내에서 상장된 국유기업. 논문에서 대상으로 삼은 것은 ➀과 ➁인데 이들을 편의상 중국기업으로 부르기로 한다.

저자들은 중국기업에서 관계자거래 때문에 미국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법집행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인, 경영자 자신 및 그들의 재산, 회사의 재산, 서류 등이 모두 중국 내에만 존재하는 경우 미국의 주주나 검찰의 손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논문이 중국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초점을 미국기업들이 중국기업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 맞추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법제도의 결함이 부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논문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I에서는 터널링으로부터 주주를 보호하는 미국의 일반 법제도를 간단히 소개한다. II에서는 회사재산 등이 중국내에만 존재하는 경우 법집행의 어려움과 그 때문에 미국투자자를 위한 법집행이 좌절된 사례들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중국기업이 미국의 기존 (명목상의) 상장회사와 역(삼각)합병을 통해서 미국회사의 자회사로 전환된 사례들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150건 이상 행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모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얻은 자금을 중국 자회사에 제공하여 중국 경영자들이 그것을 빼돌리는 사기적 행위가 많이 행해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미국에서는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50개 이상의 중국계 상장기업이 사기 등 연방증권법위반을 이유로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되었다고 한다. III에서는 중국기업이 미국 회사에 역합병되는 방식이 아니라 Cayman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어려움이 가중되는지를 설명한다. 이어서 IV에서는 외국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이유에 관한 논의를 검토한다. 전통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기업이 자발적으로 미국의 증권규제를 받음으로써 자본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라는 가설(이른바 법적 bonding가설)이 유력했다. 저자들은 그 가설은 중국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기업이 외국 거래소에만 상장하는 것은 경영자들을 증권법 적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또한 외국법에 따라 설립하는 것은 경영자들을 회사법 적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V에서는 미국의 증권규제가 오히려 외국기업에 유리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 기업 사이의 불공평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미국기업에도 외국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시와 집행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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