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 세상이 도래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인공지능이 회사법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John Armour & Horst Eidenmüller, Self-Driving Corporations? (2019) Harvard Business Law Review (forthcoming) 보다 최근에 나온 글로는 Susan Watson, Viewing Artificial Persons in the AI Age Through the Lens of History, in Lee, P.W, Langford, R.T. and Godwin, A, Technology and Corporate Law: How Innovation Shapes Corporate Activity (Edward Elgar, 2020)이 있지만 저자의 지명도나 논문의 짜임새 면에서 이 논문이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은 인공지능이 실제 회사의 활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토대로 그런 변화가 회사법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리하여 1장에서는 먼저 인공지능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현재 상태로는 인간의 노력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간수준의 지능에 이르지는 못하였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의 예측으로는 인간수준의 지능에 도달하기 까지는 10년에서 2백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인공지능이 앞으로 예측과 달리 급속히 발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한다.
2장에서는 현재의 인공지능과 회사법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한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회사운영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기능을 한다. 이는 회사법상 두 가지 효과를 낳는다. ➀회사내부의 대리비용과 조정비용을 감소시키고 ➁회사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인공지능 시스템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증가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용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템의 작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통제하는 업무(data governance)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회사 이사회의 감독업무에서 데이터통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사외이사들도 그에 관한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공지능의 미래와 회사법과의 관계를 다룬 3장이다. 인공지능이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과정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하게 되면 이사회에서 자연인 이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어느 벤처캐피탈에서 로봇을 이사로 선임한 사례가 있지만 그런 변화가 지속되면 장차 자연인 이사가 완전히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되어 마치 자동운전 자동차에 상응하는 자동운영 회사(self-driving corporation)가 등장할 날도 도래할 수 있다. (Watson교수는 앞서 언급한 논문에서 현대 회사는 이미 자동운영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그런 회사에 도달하기 전의 중간단계로 자동운전 자회사를 상정하고 있다. 이미 경제계에서는 특정의 제한된 목적만을 수행하는 도구로서의 자회사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그런 자회사들의 경우에는 법이 허용한다면 자연인 이사 대신 인공지능만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알고리즘의 실패(algorithmic failure)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모회사 주주는 모회사의 자회사 관리자의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을 것이다. 자회사 뿐 아닌 독립된 회사의 경우에도 이사회에서 자연인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최종단계에서 알고리즘 실패로 주주나 제3자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의 책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문제이다. 저자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알고리즘의 사전 심사, 알고리즘 실패에 대한 회사의 무과실책임, 회사의 책임보험가입 강제, 회사불법행위에 대한 주주들의 비례적 무한책임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