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는 연금, 자선기금, 신탁의 수탁자들이 자산을 운용할 때 이른바 ESG요소들을 참작해야한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그러나 일부 수탁자들은 ESG투자가 자신들이 부담하는 신인의무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ESG요소를 정면으로 수용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늘은 ESG투자와 신인의무의 관계에 관한 최근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Max Matthew Schanzenbach & Robert H. Sitkoff, Reconciling Fiduciary Duty and Social Conscience: The Law and Economics of ESG Investing by a Trustee (February 1, 2020). 72 Stanford Law Review 381 (2020). 논문에서는 개방형 투자펀드(open-dend mutual fund)의 ESG투자는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수탁자의 신인의무에 의하면 수탁자는 수익자만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해야하며(충성의무(the duty of loyalty) 신탁의 목적에 적합한 위험과 수익의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한다(주의의무(the duty of prudence). 이처럼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만을 고려해야 하므로(“유일이익원칙”(sole interest rule)) 수탁자가 ESG를 고려하는 것은 충성의무(duty of loyalty)에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일부 반대견해도 존재한다. 심지어 일부 학자는 ESG투자가 보다 나은 실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주의의무(duty of prudence)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ESG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한 미국법의 태도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며 수탁자의 ESG투자에 대한 법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들은 ESG투자를 크게 도덕적 고려에서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한 투자(“collateral benefit” ESG)와 수익목적의 투자(“risk-return” ESG)를 구분하고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미국법상 ESG투자가 허용되려면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➀ESG투자가 수익자의 위험반영수익(risk-adjusted return)을 개선함으로써 수익자가 직접 이익을 얻는다고 수탁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 ➁ESG투자를 하는 수탁자의 유일한 동기가 이런 직접적인 이익을 노린 것일 것. 이에 따르면 제3자 이익을 고려한 투자가 수탁자의 신인의무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익목적의 ESG투자의 경우 저자들은 현재의 이론과 증거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주의의무가 ESG요소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요컨대 ESG투자를 이유로 기존의 신인의무법리에 예외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논문에서는 신탁의 조건이나 수익자에 의하여 승인된 경우에도 ESG투자에 충성의무를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도 살펴본다.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1980년대에 등장한 사회적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가 ESG투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짚어보고 II장에서는 충성의무와 ESG투자의 관계, 그리고 III장에서는 주의의무와 ESG투자의 관계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