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기업과 투자자보호

일반적으로 유니콘기업은 창업한지 10년 미만이면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회사를 말한다. 미국에는 2020년9월 현재 유니콘기업 수가 489개인데 우리나라에는 그 수가 1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그 수가 너무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유니콘기업 수가 경제의 역동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그 수를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니콘기업 투자자의 적절한 보호는 유니콘기업의 출현을 뒷받침하는 적어도 하나의 요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유니콘기업이 가장 융성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상황이 반드시 그렇게 이상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을 보여주는 절호의 사례가 바로 201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WeWork이란 사무실대여업체의 기업공개실패이다. 한때 470억달러에 이르렀던 WeWork의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 이하로 하락함으로써 주주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으며 그 과정에서 CEO인 Adam Neumann가 교체되고 수천 명의 종업원이 직장을 잃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처럼 유니콘기업 주주들의 손해를 발생시킨 문제점을 회사법과 증권법의 관점에서 분석한 최근 논문이다. Amy Westbrook, We(‘re) Working on Corporate Governance: Stakeholder Vulnerability in Unicorn Companies, University of Pennsylvania Journal of Business Law(Forthcoming)

저자는 논문 서두를 Neumann의 비행을 열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회사로부터 거액을 빌리고, 회사 비행기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회사상호를 자신이 소유한 상호로 변경하면서 자신에게 그 대가로 6백만달러를 지급하고, 자신이 구입한 부동산을 회사에 임대하고, 자신의 처와 가족을 요직에 기용하고, 주당 의결권이 20개인 복수의결권 보유를 통해서 의결권과반수를 차지하는 등 그의 일탈행동은 우리 기준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결국 2019년 기업공개 직전 증권신고서 제출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공개는 무산되고 결국 주요투자자인 SoftBank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저자는 WeWork이 예외가 아니고 비슷한 유니콘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를 열악한 지배구조에서 찾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이 기업공개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그런 벤처기업은 과거 우리 재벌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업자가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내부의 견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들 창업자가 차등의결권주식을 이용하여 기업공개 후에도 그러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들 창업자들은 내부적으로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다보니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비슷한 사례를 질리도록 경험한 우리로서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유니콘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를 두 가지 방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하나는 투자자보호의 관점에서 회사법과 증권법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고(2장) 다른 하나는 지배구조의 결함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어떻게 침해되는지를 고찰한다(3장). 이어서 저자는 그런 열악한 지배구조는 유니콘기업이 제공하는 혁신을 위해서 치러야할 불가피한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4장). 마지막으로 저자는 몇 가지 개선책을 검토하고(5장) 유니콘 지배구조에 관한 의미 있는 개혁은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논문의 2장은 최근 미국에서 문제되는 회사법과 증권법의 주요 쟁점들을 망라적으로 다루고 있어 유용하다. 특히 창업자의 전횡방지에 관한 회사법의 한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지배주주의 대리비용을 막는 면에서 우리 회사법이 지닌 한계에 관한 논의와 유사점을 보이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증권법과 관련해서는 최근 미국 증권시장에서 사모가 확대되고 기업공개가 줄고 있는 현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 2017년 현재 기관투자자가 주식소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나 최근에는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에 덜 개입하는 소극적인 기관과 개인투자자들도 벤처기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에는 창업자들의 독창적인 비전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지배주주의 재량을 긍정적으로 보는 연구들이 많았는데 이 논문은 그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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