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법상 반대주주의 주식평가청구권

오래 만에 독일 회사법에 관한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Andreas Engert, How (Not) to Administer a Liability Rule—The German Appraisal Procedure for Corporate Restructurings, Festschrift für Klaus J. Hopt zum 80. Geburtstag am 24. August 2020, Stefan Grundmann, Hanno Merkt and Peter O. Mülbert (eds.), De Gruyter, pp. 211–222. 저자는 베르린 자유대학의 상법교수로 한, 중, 일, 독 4개국 회사법세미나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착하고 순진하게 보이는 외모에 바로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이번에 이 논문을 만나서 한층 반가웠다.

이 논문은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우선 본문이 13면으로 짧고 또 영어로 되어있어 읽기가 쉽다. 독일에서 주식매수청구권에 상응하는 주식평가청구권은 주식법이 아닌 조직재편법(Umwandlungsgesetz, UmwG)에서 규정하고 구체적인 평가절차는 평가절차법(Spruchverfahrensgesetz, SpruchG)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인 회사법교과서에서는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어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논문은 독일법상 주식평가청구권의 특징을 미국 델라웨어주법과 비교하며 조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행사사례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현행 제도의 평면적인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이론적인 시각에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논문에 제시된 독일 주식평가청구권 제도에 관한 논점들 중에서 눈길을 끄는 몇 가지를 합병의 경우를 중심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➀합병에서 소수주주보호를 위한 제도로는 특별결의요건 외에 합병비율의 적절성에 관한 보고서, 합병계약 검사를 위해서 법원이 선임하는 합병검사인, 법원에 의한 합병비율심사 등 3가지가 있는데 마지막 세 번째 제도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➁독일법상 주식평가청구권은 퇴사권이 아니라 공정한 비율과 실제 비율 사이의 차액을 청구하는 권리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독일 제도를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퇴사권이 아니라 책임규정(liability rule)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통상의 책임규정의 경우와는 달리 귀책사유의 증명이 불필요하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➂주식평가청구권은 소멸회사 주주만이 행사할 수 있는데 절차비용은 대부분 회사가 부담하고 평가의 효력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미친다.

➃법원은 평가가액이 합병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것을 무시하고 높은 경우에만 차액보상을 요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주주가 평가청구권을 행사할 인센티브가 있다.

➄회사가 합병가액을 높게 산정하더라도 주주는 평가청구권을 행사할 인센티브를 가지므로 회사는 합병가액을 가급적 낮게 산정할 인센티브가 있다. 실제로 평가절차가 개시된 사례의 약80%의 경우에 차액지급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정은 실증적으로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➅독일에서 주식평가사건은 조직재편관련분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주식평가사건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해결책은 합병가액이 공정가액보다 오히려 높다는 평가가 나온 경우 원고주주에게 차액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다른 해결책은 합병절차상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공정한 절차를 채택한 경우에는 법원이 주식평가절차에서 그것을 존중함으로써 절차의 공정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갈수록 점점 델라웨어주법원의 태도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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