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법의 한계

최근 미국에서 개미투자자들의 모험적인 투자가 주목을 끌고 있다(예컨대 2021.1.30.자 포스트). 오늘은 부실기업에 대한 모험적 투자의 문제점을 도산법적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Anthony J. Casey & Joshua C. Macey, The Hertz Maneuver (and the Limits of Bankruptcy Law) 10/07/20 U. Chi. L. Rev. Online *1. 저자들은 모두 시카고 로스쿨 교수로 그중 Macey교수는 이 블로그에서 이미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Yale로스쿨 Jonathan Macey교수의 아들이다. 아버지인 Macey교수는 20여 년 전 국제세미나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큰 목소리에 유머 섞인 달변이 일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번은 세미나가 끝난 후 베니스의 한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자기 아들이 태권도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엔 생소한 운동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도장에 가서 국가와 부모에게 경의를 표하며 훈련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허락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아들이 어느새 이렇게 장성해서 아버지를 따라 법학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축하할 일이다.

저자들이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회생절차 진행중인 Hertz란 카렌탈업체가 시도한 10억달러에 달하는 신주발행이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자금조달은 흔한 일이지만 신주발행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는 거의 전례를 찾을 수 없다. 문제는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하려했다는 것인데 회생절차에서는 주식의 완전소각이 드물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은 매우 위험스런 투자라고 할 수 있었다. 회생법원에서는 Hertz의 신주발행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공모서류에서 가치가 폭락할 위험성을 일곱 차례나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SEC가 공시의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하자 회사는 결국 발행을 포기하였다.

저자들은 회생기업의 신주발행이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로 그런 회사도 자기자본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 상황은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➀하나는 도산한 American Airway를 US Airways가 인수한 사례와 같이 제3자가 회생기업을 장부가치를 크게 상회하는 가액으로 인수하는 경우이다. ➁다른 하나는 이른바 흑자도산의 경우로 순자산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유동성부족으로 인한 지급불능으로 회생절차를 개시하였는데 유동성부족이 바로 해소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회생기업의 주식가치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실제로 대기업 도산에서 주주들이 배당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실기업 주주의 주식가치가 이처럼 상승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은 긍정적인 상황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변화에 대한 회사이해관계자의 인센티브는 동일하지 않다.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기업의 주주는 가급적 시간을 끌며 상황변화를 기다릴 인센티브가 있는데 반하여 상황이 호전되어도 고정금액만을 수령할 뿐인 일반채권자로서는 구태여 시간을 끌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 채권회수가 보장된 담보채권자는 더욱더 기다릴 인센티브가 없다. 도산절차는 상황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편 회생기업은 신주발행을 통해서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채권을 변제함으로써 상황변화를 기다려볼 수 있다. 그런 상황변화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발생하는 경우에는 큰돈을 벌 수 있기에 주식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일종의 옵션을 구매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위험한 투자를 개미투자자들이 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의 문제는 도산법원의 역할이란 제목의 IV장에서 검토한다.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점만 지적하기로 한다. ➀회생절차 개시 전의 기업은 신주발행을 할 수 있는데 회생기업은 할 수 없다고 하면 결국 회생절차 개시에 관한 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저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투자자보호는 도산법의 목적이 아니다. ➁투자자보호와 관련해서 개미투자자들이 Hertz 신주를 인수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이들이 시중에서 기존의 Hertz주식을 매입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요컨대 특정 주식의 투자위험에 대해서 도산법원이나 SEC가 판단하여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간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생기업의 신주발행과 관련하여 도산법의 근본적인 원칙인 절대우선의 원칙(absolute priority rule)과 상대우선의 원칙(relative priority rule)을 검토하고 있다. 저자들은 절대우선의 원칙을 택하고 있는 현행법상으로는 최상위 권리자인 담보채권자들이 회생절차를 빨리 개시하고 회사재산을 빨리 처분하게 할 인센티브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우선의 원칙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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