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class action)은 1979년 내 대학원 석사논문의 주제이다. 워낙 정책적 논의와 밀접한 관련 있는 제도라 논문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법의 정책적 측면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당시에는 유신 말기의 우리와는 워낙 거리가 먼 미국식 제도라 우리나라에서 도입되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990년대 초 법무부가 갑자기 집단소송법제정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석사논문을 쓴 업적(?)을 뒤늦게 인정받은 것이다. 정동윤 선생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김광년 변호사, 김홍엽 판사, 김대휘 판사 등 쟁쟁한 실무계 위원들을 주말마다 만났다. 자구까지 따져가며 애써 마련한 법안은 방대한 회의록과 함께 바로 법무부 캐비닛으로 향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다시 10여년이 흘러 2005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논란 끝에 시행되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실효성을 갖기 어렵게 설계된 법이라 별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지난 작년 가을 갑자기 정부가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다시 집단소송에 대한 찬반론이 머리를 들었다. 주주대표소송이건 증권관련 집단소송이건 이런 종류의 소송이 화제가 되면 늘 반복되는 논의라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거센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오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단소송제도에 대한 비교연구를 한편 소개한다. Alon Klement & Robert Klonoff, Class Actions in the U.S. and Israel: A Comparative Approach, 19 Theoretical Inquiries in Law 151 (2017). 저자 중 미국 쪽을 담당한 Klonoff교수는 오랜 실무경험을 쌓은 후 로스쿨에서 민사소송법을 가르치는 교수로 특히 집단소송에 관한 케이스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집단소송은 25개국 이상에서 채택되고 있지만 실제로 제기되는 빈도는 높지 않다. 활용을 막는 주된 장애물로는 opt out제도나 성공보수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든다. 예외적으로 집단소송이 활발한 나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인구비례로는 이스라엘이 미국보다 집단소송의 비율이 더 높다(1400건/인구 8백만명(이스라엘) 대 12500건/인구 3억1천9백만명(미국)). 그러나 소송의 종류나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다양한 분야에 퍼져있는데 이스라엘에서는 주로 소비자소송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미국에 비하여 소규모 소송의 비중이 높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1장에서는 미국의 집단소송을 역사, 인가요건, 변호사비용, 화해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다. 2장은 같은 사항이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집단소송에 관한 몇 가지 사항, 즉 제소 건수, 결과, 배상금분배, 대표당사자 보수, 집단소송전문 변호사 등의 사항에 대한 통계를 제시한다. 4장은 양국 제도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포스트를 막 업로드하려는데 집단소송에 관한 책 광고를 받았다. Vanderbilt 로스쿨의 Brian T. Fitzpatrick과 Randall S. Thomas 두 교수가 편집한 The Cambridge Handbook of Class Actio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1). 아시아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까지 포함한 세계 각국의 집단소송에 대한 글들을 모은 책으로 한국 편은 노혁준 교수가 집필자로 참여하였다. 500면을 넘는 두툼한 책으로 다음 달에 출간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