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기업경영에서 이해관계자 이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Colin Mayer의 견해(2020.3.10.자)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국 최고경영자들 모임인 Business Roundtable이 지난 여름 발표한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선언문에서 회사를 주주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경영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른바 ESG에 대한 언급이 부쩍 확산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과거에도 이런 목소리는 늘 존재했다. (이에 관해서는 30여 년 전 나도 그런 목소리에 대한 회의를 표시하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의 정치헌금, 회사법연구II 325면 이하 게재). 괄목할 것은 그런 견해에 동조하는 이들이 전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논문이 정상급 학자인 Lucian Bebchuk에 의해서 발표된 것은 논의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Lucian A. Bebchuk & Roberto Tallarita, The Illusory Promise of Stakeholder Governance, Cornell Law Review, Volume 106, 2020, pp. 91-178
이 논문의 목표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stakeholderism)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자들의 비판은 개념적, 실증적, 경제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개념적 측면에서 이해관계자란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어떤 집단을 그에 포함시키고 또 각 집단의 이익을 어떤 비중으로 배려할 것인지 등에 관한 결정은 경영자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영자 재량이 한층 확대되는 문제가 생긴다. 실증적 측면에서 경영자들은 주주이익을 추구할 인센티브가 크지만 이해관계자이익을 추구할 인센티브는 크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재량을 이해관계자 이익추구를 위해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자들은 기업인수상황에서 대상기업의 경영자들이 이해관계자 보호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해관계자중심주의는 주주는 물론이고 이해관계자와 사회에도 해를 끼친다. 이해관계자중심주의는 외부주주의 압력으로부터 경영자의 지위를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진정 필요한 개혁에 대한 동력을 감퇴시킬 우려가 있다.
사실 이 논문의 큰 줄거리는 주주이익 옹호론자들이 제시한 전통적인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이 보다 치밀할 뿐 아니라 풍부한 실증적 증거를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논의에 크게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이 논문이 이해관계자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해관계자 이익을 배려할 필요가 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식적인 입법과 행정절차를 통해서 이해관계자의 사정을 배려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너무도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관계자중심주의가 그런 현실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면 이제 어떠한 방법을 택할 수 있을까? 선진자본주의사회가 모두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참고로 이 논문에 대해서는 Lipton변호사의 반론이 존재한다.
One thought on “이해관계자중심주의에 대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