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anos 스캔들과 실리콘밸리 신화

내가 즐겨보는 유투브 동영상 중에 Politics and Prose라는 서점에서 개최하는 강연시리즈가 있다. 신간을 출간한 저자를 초대해서 개최하는 이른바 “book talk”으로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오히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유용하다. 며칠 전 산보를 하며 테라노스(Theranos) 스캔들에 관한 책, Bad Blood: Secrets and Lies in a Silicon Valley Startup (2018) Vintage paperback (January 28, 2020)(2021.2.22.자 포스트에서 소개)의 저자인 John Carreyrou의 강연을 흥미롭게 들었다. 테라노스는 2003년 스탠포드대학 2학년을 중퇴한 19세의 여성인 Elizabeth Holmes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손가락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으로 수많은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다는 아이디어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015년에 이르러 월스트리트저널에 회사의 제품개발과정에 관한 의혹보도가 실린 후 결국 창업자에 대한 형사소추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저자가 내부고발자들의 제보에 근거해서 스캔들을 파헤친 과정이 너무도 흥미진진했기에 일부 내부고발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최근 하바드 블로그에 그에 관한 포스트가 업로드되었기에 소개한다. Boris Feldman and Sarah Solum, Elizabeth Holmes and The Mythology of Silicon Valley (2021.11.16)

저자들은 스타트업투자에 경험이 많은 Freshfields로펌의 변호사로 테라노스 스캔들을 근거로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비난하는 언론과는 달리 실리콘밸리의 현상을 변호한다. 흔히 언론에서는 실제로 만들어내기 전에 만든 것처럼 꾸미는 관행(“fake it ‘til you make it” culture), 천재적 창업자의 신드롬, 비밀유지약정(Non-Disclosure Agreement: NDA)의 남용 등을 지적하며 실리콘밸리를 공격하지만 저자들은 테라노스 스캔들은 극히 예외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벤처업계는 기본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➀대규모 투자사기는 주로 첨단기술산업이나 실리콘밸리와는 무관하게 발생해왔다. 저자들은 엔론과 같은 대형스캔들이나 금융위기는 모두 벤처산업과는 무관한 것이었고 그 대책으로 제정된 SOX법이나 Dodd-Frank법은 실리콘밸리의 문제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➁테라노스 스캔들은 상당부분 그 독특한 이사회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테라노스 이사회는 키신저나 슐츠같은 전직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전직 고위군인 등의 명사로 채워져 있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벤처캐피탈 같은 투자자 대표가 참여하는 일반 스타트업의 이사회와 대조된다. 일반적인 이사회는 나중에는 전직 CEO나 CFO가 영입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주로 벤처기업이 속한 산업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 충원된다.

➂테라노스는 스타트업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보다는 주로 부유층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였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에서는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는데 비해서 테라노스의 경우에는 기술적 배경이 있는 투자자가 없었다.

➃비밀유지를 중시하는 운영방식을 비난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경쟁업체로의 이직을 제한하는 조항이 무효이므로 비밀유지를 위해서는 NDA의 체결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렇지만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결국 제품의 존재와 작동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사기는 쉽지 않다.

➄테라노스 창업자 때문에 스티브 잡스를 비난할 수는 없다. 천재적 창업자 신드롬 때문에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청난 성공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망하는 경우에도 창업자가 정직하지 못해서 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저자들은 이상의 논리로 실리콘밸리를 옹호한 후에 테라노스 스캔들로부터 배울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사회를 스타들로 채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밀은 유지해야 하지만 투자하기 전에 검증은 필요하다.

-언론이 너무 좋아하는 경우에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한 고객의 말만 믿어서는 안된다.

-제품이 반드시 완벽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버그가 있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의약품의 경우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참고로 현재 Holmes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중인 관계로 아직도 테라노스 스캔들에 관한 기사나 동영상은 매우 많다. 비교적 최근의 동영상으로 다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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