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계약실무의 국제적 수렴

M&A법과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적대적인수가 아직도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어느 나라에서도 우호적인수가 압도적으로 더 중요하다. 우호적인수는 법률보다는 주로 계약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는데 우리의 계약실무는 그간 영미의 영향을 받아 이제는 상당한 정도의 동질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적인 법적 이식”(private legal transplants)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적대적인수에 관한 법적 환경은 아직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우호적인수분야에서 법의 수렴은 훨씬 더 진전된 상태이다. 오늘은 이러한 국제적인 M&A법의 실태를 보여주는 최신 독일 논문을 소개한다. Klaus J. Hopt, M&A, Due Diligence und Kautelarpraxis, ZHR 186 (2022) 7-66. 저자는 이미 이 블로그(2021.6.9.자 포스트 등)에서 수차 언급한 바 있는 독일의 정상급학자이다.

M&A계약에 관해서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천경훈 교수가 2017년 펴낸 “우호적M&A의 이론과 실무(1, 2권)”이라는 훌륭한 문헌이 존재한다. 일본 문헌으로는 동경대 후지타(藤田友敬)교수가 편집한 “M&A契約硏究”(2018)라는 책이 유용하다. 우호적인수에 관한 각국의 계약실무가 수렴하다보니 사실 Hopt교수의 논문이 커버하는 이슈도 대부분 이들 두 문헌의 내용과 중복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의 논문이 유용한 것은 이들 논점이 우리와 같은 대륙법국가인 독일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영미의 실무와 대비하며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수많은 논점들을 다루다보니 개별 논점에 대한 언급은 간단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그것이 큰 그림을 파악하는 데는 더 편리할 수도 있다. 또한 논점마다 달려 있는 각국의 사정에 관한 최신 참고문헌은 후속연구를 하고자하는 이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논문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세 개의 장(II, III, IV)이다. II장에서는 M&A거래가 진행되는 단계를 8개로 나누어 계약법을 포함한 각종 이슈를 설명하고, IV장에서는 가격결정, 진술보장 등 M&A계약의 주요 조항들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이런 내용은 국내문헌에서도 많이 다루어진 것이지만 흥미를 끄는 것은 실사(due diligence)에 관한 문제점을 논한 III장이다. 이하에서는 그중 특히 흥미를 끄는 몇 가지 점만을 소개한다.

실사실무는 영미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이제는 독일기업간의 M&A거래에서도 정착되었다. 실사실무는 매수자위험부담원칙을 따르는 영미법에서 발달한 것으로 계약체결상의 과실법리 등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매수자가 더 두텁게 보호되는 독일에서는 필요성이 덜하다. 법리상으로는 매수인이 실사를 통해서 대상기업의 하자를 인식하거나 중과실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매도인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리하여 실무상으로는 매수자가 실사를 통해서 인식한 정보의 범위가 중요하고 M&A계약에서 데이터룸에 제시된 정보는 인식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법적 관점에서는 인수기업의 경영자가 대상기업에 대한 실사를 요구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지만 M&A거래의 위험성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실사의무를 긍정한다. 한편 회사법상 대상기업 경영자가 실사의 허용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논의의 대상이다. 일부주주의 주식매도의 경우 대상기업 경영자는 실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다수설은 일부주주의 주식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도 부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실사를 허용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인정한다. 문제는 대상기업 경영자가 상황에 따라서는 실사를 허용해야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이다. 저자는 일반주주는 물론이고 대규모주주에 대해서도 그런 의무는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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