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직접소송과 대표소송의 구분에 관한 델라웨어주 대법원판결

이사를 비롯한 누군가의 잘못으로 회사재산이 감소한 경우 주주가 주식가치 하락으로 입는 손해를 간접손해 내지는 반사적손해(reflective loss)라고 한다. 회사대신 주주가 간접손해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회사법의 이론과 실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도 이 문제에 관해서 몇 차례 글을 쓴 적이 있다. 2년 전에 올린 포스트(2021.12.11.자)에서는 주주의 직접소송을 부정하는 쪽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한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Brookfield Asset Management, Inc. v. Rosson판결을 언급한 일이 있다. 2년 전의 판결이긴 하지만 문제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Rosson판결을 좀 더 상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이 판결의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판결이전의 법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주의 직접소송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주로서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회사가 합병으로 소멸하면 주주가 원고적격을 상실할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주주대표소송은 이사회에 대한 청구요건 등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해의 성질결정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델라웨어주에서 주주의 직접손해와 간접손해를 가르는 기준으로는 이른바 특별손해(special injury)란 개념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개념은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2004년 Tooley v. Donaldson, Lufkin & Jennette, Inc.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기준을 채택하였다: ①문제의 손해는 (회사와 주주개인 중에서) 누가 입은 것인가; ②손해배상이나 기타의 구제수단의 이익은 (회사와 주주개인 중에서)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러나 불과 2년 후인 2006년 Gentile v. Rossette판결에서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Tooley기준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지배주주에게 저가로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일반주주의 지분이 희석된 사안에서 법원은 주주이익의 희석은 2중적 성격(dual-natured)을 갖는다는 이유로 대표소송은 물론 직접소송도 허용된다고 보았다. 즉 법원은 “원고의 청구에는 과다지급에 따른 청구와 소수주주의 가치와 지배력의 상실이라는 두 가지 독립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직접소송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Gentile판결의 예외는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여 다소 혼란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2021년 Rosson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Rosson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1%를 보유하는 지배주주가 있는 공개회사인 A회사가 사모발행한 보통주를 지배주주가 모두 인수함으로써 지분을 65.3%으로 늘렸다. A회사 주주인 원고는 지배주주와 이사들이 저가발행으로 주주의 경제적 및 지배적 지분을 저하시켰을 뿐 아니라 회사에도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대표소송과 아울러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제소 후 지배주주가 나머지 A회사 주식을 모두 매입함에 따라 A회사주주의 지위를 상실한 원고는 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상실하게 되었다. 피고들은 남은 직접소송의 각하를 구하는 신청을 제출했다.

형평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Tooley기준에 따르면 파생적(derivative)이지만 Gentile판결의 예외에 따르면 원고가 직접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러한 중간판결에 대해서 피고가 상소하자 대법원은 Gentile판결을 번복하고 2004년의 Tooley판결로 회귀하였다.

법원은 Gentile판결을 번복하는 근거로 ①법리상, ②실질상, ③정책상의 고려라는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①과 관련해서 Gentile판결에서 법원은 그 결론이 Tooley판결의 논리와 조화된다고 주장했지만 Rosson판결의 법원은 두 판결 사이의 조화를 부정하고 양자사이에 긴장(tension)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법원은 Gentile판결이 일부 주주가 다른 주주들과 달리 영향을 받았는지여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Tooley판결이 배척한 특별손해의 사고에 치우쳤다고 비판한다. 법원은 직접손해는 주주가 다른 주주와 달리 손해를 입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손해에 근거하지 않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모든 주주가 동등하게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그 손해가 회사의 손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직접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Tooley판결은 누가 손해를 입었고 누가 구제를 받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하여 Gentile판결은 지배주주라는 가해자의 성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②와 관련하여 법원은 Gentile판결의 예외는 구태여 인정할 실제상의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제3자배정의 결과 지배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Revlon판결과 같은 법리에 따라 신인의무위반을 근거로 주주가 직접적인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③과 관련해서 법원은 선례구속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판례인 Gentile판결을 번복하는데 문제가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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