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누구를 지배주주로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포스트(2020.5.30.자)에서 Ann Lipton교수의 논문(After Corwin: Down the Controlling Shareholder Rabbit Hole, 72 Vanderbilt Law Review 1977 (2019))을 소개한 바 있다. 그 논문에서 저자는 델라웨어법원이 지배주주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은 기관투자자의 보유지분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법원에 의한 소수주주보호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법원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였다. 오늘은 그러한 경향에 따라 26.7%를 보유한 주주의 지배주주지위를 부정한 최근의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판결(Sciannella v. AstraZeneca (July 2, 2024))을 소개한다. 판결내용의 소개는 하바드 블로그에 실린 로펌변호사들의 포스트(Chancery Finds 26.7% Stockholder Was Not a Controller, August 2, 2024)에 의존하였음을 밝혀둔다.
[사실관계]
제약회사인 피고(AstraZeneca)는 2018년 연구개발부문을 독립시켜 A회사를 설립하였다. 피고는 5명의 간부직원을 그 CEO를 포함한 경영진으로 선임하고 이사 2명을 A회사의 이사회(8명)에 이사로 파견하였다. 피고는 A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다수의 계약(지원계약)을 체결하였다. 2020년 A사는 새로운 투자자들을 영입하여 피고를 제외한 3대주주에게 각각 이사 1명을 선임하도록 하였다. A사는 여러 회사들과 기업매각에 관한 협상을 거친 끝에 2021년 H사에 매각되었다. 이사회는 전원일치로 그 매각에 동의하였으며 회사주식 94%가 H사에 제공됨에 따라 매각이 완료되었다.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제소하였다. ①피고는 A의 지배주주로 자신의 B사 인수를 촉진하기 위하여 A사에 압력을 가하여 H사에 급히 매각되도록 하였다. ②매각과정에서 A사의 일부 이사들과 임원들이 피고의 이익을 도모하였으며 주주들에게 중대한 결함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①피고는 지배주주가 아니므로 A사와 그 주주에 대하여 신인의무를 지지 않으며, ②A사의 주주에 대한 정보제공은 적절했고, 따라서 A사 이사와 임원의 신인의무 위반은 Corwin판결에 따라 해소되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①의 판단인데 위 포스트를 작성한 변호사들은 다음 세 가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 피고는 A사 이사회의 결정을 지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주주로 볼 수 없다. 법원은 피고의 거부권이 이사회의 모든 활동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피고가 지명한 이사들이 A사 이사회의 과반에 미달했다는 점, 나머지 이사들이 피고에게 신세를 졌거나 피고나 그가 지명한 이사들에 달리 지배되고 있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나. 피고는 거래를 지배한 것도 아니었다. 법원은 매각 과정에서 A사와의 관계를 조속히 단절하자는 피고의 제안이 A사가 H사에 조급하게 매각되도록 만든 위협이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법원은 이들 회사의 분리가 수년 전 A사의 기업공개 시부터 진행되어 왔으며, 피고는 A사와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제안에서 전환기에는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하여 A사와 협력할 것을 밝혔음을 강조하였다.
다. 전체적인 맥락의 중요성.
최근 법원은 누가 지배주주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판단에서 폭넓은 고려를 하고 있다. 법원은 소수주주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통로들을 고려하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입각한, 총체적 분석을 행한다. 이 사안의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 지배주주로 인정할 여지도 없지 않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i) 이사회가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되었음, (ii)매각과정에서 여러 잠재적 인수자들과 접촉하고 교섭하였음, (iii)이사회의 협상 결과 H사가 두 차례에 걸쳐 제안가격을 인상하였음(최초 주당 44달러에서 최종 가격 주당 53달러), (iv)매각가격에 높은 프리미엄이 반영되었음(52.8%)
[논의와 실무상의 요점]
위 포스트에는 이러한 판단에 대한 논의와 아울러 실무상의 요점도 첨부되어 있으나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