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과 법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다룬 바 있고 그중 몇 편을 BFL에 전재하기도 했다(121호 2023년9월 117-121면). 오늘은 스타트업생태계와 법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Elizabeth Pollman, Adventure Capital, Southern California Law Review, Vol. 96, 2024.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특히 스타트업과 관련된 법의 전문가인데 이 논문의 초고는 1년 전 서울대 로스쿨에서 발표하여 그 개요가 BFL에 실리기도 했다(121호 122면 이하). BFL의 개요도 유용하지만 보다 짤막한 글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서 간단히 소개한다.

논문은 법, 특히 회사법과 증권법이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어떻게 뒷받침했으며 그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했는가 하는 법과 현실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본문이 30페이지에도 미치지 못하여 요즘 논문치고는 짧은 이 글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벤처캐피탈의 대두와 스타트업의 특징을 살펴본다. 벤처캐피탈의 맹아는 2차대전 후 두 명의 저명교수들이 폐쇄형펀드 형태로 설립한 American Research & Development Corporation(ARD)에서 찾아볼 수 있다. ARD은 미래의 벤처캐피탈 모델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한 건의 획기적 성공으로 다른 투자에서의 손실을 메운다는 이른바 “power law”와 스타트업에 자금 뿐 아니라 경영자문도 제공하는 투자방식은 차후의 벤처캐피탈 운영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에는 벤처캐피탈이 유한책임조합의 형태로 벤처투자펀드를 조직하고 자신은 무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업모델이 정착되었다. 1970년대에는 Kleiner Perkins와 같은 유명 벤처캐피탈들이 설립되었고 Intel이나 Apple같은 기업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벤처캐피탈의 급성장을 가져온 요인 중 하나로는 연금기금에 의한 펀드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입법조치가 이루어진 것을 들 수 있다. 벤처캐피탈에 의한 스타트업투자는 극도로 모험적인 성격을 띄기 때문에 불확실성, 정보비대칭, 대리비용, 계약의 불완전성 등의 문제가 수반된다. 그리하여 스타트업투자는 이런 문제를 독특한 계약과 가버넌스 메커니즘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미국식 메커니즘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통해서 정착되었고 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II장에서는 회사법과 증권법의 역할을 살펴본다. 저자는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의 성장에 대해서 회사법과 증권법의 대응이 대조적이라고 지적한다. 먼저 회사법은 스타트업을 따로 규율하지 않고 공개회사의 경우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델라웨어 회사법은 워낙 임의적 성격이 강해서 창업자와 벤처캐피탈이 계약을 통해서 자신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반면에 증권법은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으로 평가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은 사모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규제완화를 지속하였다. 특히 SEC가 1988년 Rule 701을 채택하여 비공개회사가 직원이나 거래처에 주식형보상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신고를 면제하였다는 점은 나로서도 새로이 깨우친 사실이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폭넓은 사적조정의 공간을 향유할 뿐아니라 공개회사에 수반되는 공시와 지배구조에 관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은 Theranos사태를 비롯한 스캔들을 낳기도 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스캔들과 아울러 그에 대처하는 개혁안을 언급한다.

Big Questions란 제목의 III장은 스타트업에 관한 두 가지 연구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스타트업의 직원과 고객과 같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서 위와 같은 스캔들을 방지하기 위한 가버넌스에 대한 간섭(공시의무, due diligence, 독립이사, 외부감사 등)이 필요하다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간섭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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